올해 국정감사에서 차등수가제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의사협회가 공감을 표시하며 차등수가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약사사회는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29일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약국 진료비는 조제료 3조원, 약제비 9조원 등 약 11조 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위 5%인 1,082개 약국이 전체 약국 진료비의 32.2%인 3조8,000억원, 상위 10% 2,146곳이 43.9% 5조2,000억원, 상위 30% 6,493곳이 70.3% 8조4,000억원에 달했다.

상위 50% 1만821개 약국이 약국 진료비의 85.5%인 10조2,000억원을 차지해 나머지 1만821개 약국은 1조7,000억원을 나눌 정도로 약국간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차등수가제가 폐지될 경우 처방전 집중에 따른 축적을 가속화시켜 약국의 부익부빈익빈 심화와 동네약국의 절대적 빈곤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차등수가제를 적용받은 약국들 대부분이 상위 30% 안에 드는 약국”이라며 “약국간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차등수가마저 폐지되면 하위 50% 약국들은 생존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차등수가가 폐지되면 자동조제기가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약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A약사는 “약국에서 근무약사를 고용하는 이유가 차등수가 상한 75건 때문인데 차등수가 폐지하면 근무약사를 안쓰고 조제보조를 고용해 하루에 200건도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약사는 “6년제 약사가 배출된다면 점을 고려하면 차등수가제를 강화해 현재 75건에서 60~40건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B약사는 “차등수가를 적용받는 약국이 근무약사나 파트약사를 돌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차등수가로 빠지는 부분을 제대로 받기 위한 것”이라며 “차등수가가 폐지되면 근무약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등수가제는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고 무리한 진료를 예방하기 위해 하루 75건으로 제한하는 한편, 환자 분산을 통한 동네 의원이나 약국 등 일차의료기관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차등수가의 폐지가 아니라 75건 이상에서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수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차등수가로 절감된 재정을 하위 50% 약국에 분배될 수 있도록 기본조제료, 약국관리료 조정 등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하후상박의 원칙이 적용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으로 동네의원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의원급 의료기관만 합리적 근거없이 75명 이상의 환자를 못보게 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