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약사사회는 지난해 약대증원에서부터 올해 의약품 약국외 판매, 의약품관리료 인하 등에 이르기까지 약사직능의 존재이유마저 위협받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정부당국이 해법을 제도적 장치의 개선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찾기보다는 약사사회의 일방적인 희생에서 해결책을 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
강서구약사회 최두주 회장(서울구약사회장협의회장)은 “최근 의약품관리료, 약국외 판매 문제 등은 현재 의약분업이 갖고 있는 제도적 장치의 개선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당국의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건강보험 재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약품관리료의 인하가 아니라 성분명처방, 처방전리필제, 대체조제 등의 제도를 손봐야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 없이 건보재정의 적자부분을 관련단체에 책임지라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행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의약품의 재고부담을 약사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반품문제의 보완책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의약분업이후 10년간 필요성에 의해 정상적으로 지급해오던 부분을 아무런 과학적·논리적 근거없이 하루아침에 뒤집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약사회가 의약품관리료 인하를 합의한 것에 대해 일선 회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며 “복지부와의 관계를 떠나 회원의 입장에서 좀더 강하게 반대하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약국 현실 알리는 행정소송
최근 약국외 판매문제로 의약품관리료가 묻혀있지만 이 또한 약사의 생존권이 달린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의약품관리료가 인하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150여만원의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최 회장은 일선회원들로부터 영문을 묻는 전화와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최 회장은 24개 구약사회장들과 함께 의약품관리료 인하를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비록 가처분 신청이 행정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아직 본안소송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행정소송은 약사회원들의 아픔을 아우르고 이들의 현실을 법정에서 알리기 진행하고 있다”며 “24개 구약사회장 모두가 뜻을 함께해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약사사회를 흔들고 있는 약국외 판매도 휴일·야간 병의원제도의 도입 등 공공시설 확충을 통한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편해소를 들먹이며 안전성은 외면하고 슈퍼판매를 추진하는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채 약국 탓만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것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공의료제도 도입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은 덮어둔 채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말이다.

근본적 문제의 해법은 있다
최 회장은 “현재 정부의 정책은 약사직능의 존립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분업이후 약사사회가 느끼는 상실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매출은 약사들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있었고 이에 대한 약사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분업이후 역량보다는 처방전을 위한 약국의 입지에 의해 매출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국 이는 성분명처방, 처방전 분산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의약분업은 지난 2001년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대원칙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당시 의약정 합의사항이었던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처방전리필제, 처방목록 공개 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지금까지 미완의 상태로 이어져왔다.

최 회장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이들 제도적 장치가 점진적으로 우리사회에 정착돼왔다면 국내 보건의료환경은 한층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어쩌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약품관리료 인하, 약국외 판매 문제는 논쟁거리조차 안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보건의료환경의 개선은 국가의 책임이다”고 단정한다. 그 안에서 약사가 약의 전문가로서 국민건강을 위한 서비스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 그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보건의료 수급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의 마련으로 약사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을 때 국민보건의료가 활성화되고 국민건강도 한 단계 향상될 것이라는 최 회장의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