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릴레이의 주인공 인천시 서구 원당우리약국의 이정훈 약사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동기인 평강약국 심형섭 약사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겼다.

많은 개국약사들에게 직장인과 같은 출·퇴근은 꿈같은 일이다. 아침을 약국문을 열고 한밤 중 약국문을 닫는 게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며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개국약사들에게 더 큰 답답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족 통해 약사라는 이름 갖게 돼

서울 강서구 화곡5동에서 평강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심형섭 약사(중앙대약대 96학번)는 일명 ‘층약국’이다. 하지만 그가 층약국을 열게 된 이유는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약사가 천직이라고 말하는 심형섭 약사는 약대를 선택하게 된 일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일까지 ‘가족’과 관련돼 있다.

“약학대학을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습니다. 아버님이 화학과를 전공하신 후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셨고, 큰 아버님이 덕성여대 약대 교수이셨습니다. 그분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결국 그분들이 저를 약사라는 자리에 세워주신 거죠.”

심 약사는 “약국을 개국한 것도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약사가 저에게는 딱 맞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대약대 대학원에서 약품분석학을 전공한 심형섭 약사가 약국을 개국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개국약사로 첫 발을 내딛었던 구로구에서 기쁨과 아픔을 함께 느꼈다고 술회했다.

“구로구에 처음 약국을 개국했을 때는 고객들을 가족처럼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단골고객들도 서서히 늘어갔죠. 하지만 많은 약사분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것처럼 의료기관이 옮겨가고 나서 발길을 끊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더군요. 열심히 성심성의껏 대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체험하면서 스스로 지쳐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잠시 약국 문을 닫고 재충전할 시간을 갖게 됐죠.”

심 약사는 당시 약국을 쉬면서 학교 후배인 아내와 제대로 여행도 다녀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꾸리고 둘이서 유럽으로 40일 가량의 배낭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구로구를 떠났지만 구로구 중앙대 선후배 모임인 구중회는 매번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한다고.

가족과의 시간 위해 3층에 개국

심형섭 약사는 약국을 다시 오픈하면서 약국자리를 볼 때마다 이 자리가 될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던 중 아파트 상가 건물 3층에 터를 잡게 됐다.

“약국이 3층에 있다는 사실이 편안함과 고민을 함께 주고 있습니다. 같은층의 의원을 찾는 환자나 다른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주고객이어서 업무가 깔끔하고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매출에 있어서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수익이 근무약사 시절보다 조금 더 가져가는 수준이죠. 다만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매력입니다.”

심 약사는 프라모델 조립 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약국을 경영하는 한편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약국을 선택한 이유가 집과 거리가 가깝고 오랜 시간 몸이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멀리 여행을 떠나기는 어렵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심 약사는 약국을 경영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옥죄고 있다고 토로했다.

“약사들이 자율적으로 책임지도록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에 맡기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문제가 없어도 이곳저곳에서 점검하고 하는 부분은 개선돼야 합니다.”

그는 약사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카운터를 하루 속히 추방하는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