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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정치는 "말과 글로 싸우는 전쟁"상대의 경험.가치 존중하는 설득과정 필요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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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6  09: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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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완전히 무시해버리거나 없애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이 귀찮기 짝이없는 ‘소통’을 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고통스러운 말하기나 글쓰기를 통해 지루한 설득과 논쟁을 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렇다. 우리는 종종 평행선을 반복하는 지겨운 의사소통의 과정이나 설득의 과정을 마주할 때, 말도되지 않는 무서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상대를 절멸시킬 수 없다.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민주주의란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때로 불편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와 완전히 반대의 생각, 도저히 내가 수용할 수 없는 가치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설득의 과정이나 중립화의 정치는 당연히 폭력이 아닌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그렇다. 현실세계의 정치는 말과 글로 싸우는 전쟁이다. 혹여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는 지금 최근에 SNS나 기술의 발달로 흔히 말해지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말하고 쓴다는 것은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아니라 전략적인 설득과 논쟁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소통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다분히 비정치적인 개방적인 소통과 의견수렴의 영역에 한정되어 논의되고 있어 다소 아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상대와 소통하고 또 나아가 설득할 것인가? 정치적인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에 대해 미국의 전설적인 사회운동가 사울. D. 알린스키가 한 말은 인상적이다. 그것은 올바른(?) 더 정확히는 정치적인 의사소통이란 ‘상대방의 경험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알린스키는 이에 대해서 “경험의 상세한 부분에까지 파고들지 않은 개괄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미사여구가 되고, 아주 제한된 의미만을 전달한다. 이는 25만 명의 죽음을 아는 것과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척의 죽음을 아는 것 사이의 차이다” 이 말은 우리가 정치적인 말하기 또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주장이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강변하는 것을 넘어서야만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의사소통이란 내가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말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의 경험에 근거하여 나의 주장이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할 만한 ‘더 나은 대안’임을 논증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의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민주주의는 ‘이견’이 존재하는 정치체제라는 것이다. 이견의 존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없앨 수 없고 옳고 그름을 다투는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서의 의사소통은 결국 ‘이견’을 가진 ‘타인의 가치관’을 ‘온전히’ 존중한다는 기초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종종 대단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의 과정이 가져오는 고통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의 운영비용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회적인 갈등을 다루어야 하는 경우다. 보통 적대적 갈등 관계에 있는 경우다. 이 순간 사용하는 글과 말은 단순히 상대의 경험에 근거한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은 경험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경영인과 노동조합 간부의 정치적 의사소통을 생각해보자. 이 둘은 지향하는 목표과 완전히 다르며 둘의 갈등은 일반적으로 가장 적대적인(?) 그러니까 대립적인 갈등이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상대의 경험에 근거하여 정치적 설득의 방법을 쓴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경험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선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 알린스키는 “협상에서처럼 설득을 위한 소통은 다른 사람의 개인 경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상대방의 중요 가치나 목표를 알아내고 당신의 행동 방침을 바로 그 표적에 맞추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쟁점의 합리적인 사실이나 윤리에만 단순히 기초해서는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즉,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무엇이 더 합리적인가를 넘어 내가 주장하는 것이 적대적 갈등에 있는 상대방의 목표와 가치에도 더 부합한다는 것을 설득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 사회적 갈등인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은 결국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대안이 회사 경영진이 추구하는 이윤과 효율성에도 더 부합한다는 것을 설득해내는 것이다. 회사 경영진 역시 자신들의 대안이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노동의 인간화나 평등에도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해낼 때 최대의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사와 약사의 갈등, 한의사와 의사들의 갈등과 의사소통도 이런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상대를 설득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을 설득하는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정치적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상대란 갈등의 대상만이 아니라 갈등의 구경꾼인 시민들까지도 포함하여 작성되고 발화되어야 한다.

실제 현실정치의 세계에서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차분히 정치인들의 말과 글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많은 정치적 말하기의 기술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민주당은 ‘성소수자’들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그들의 인권을 강조하는 전략을 수정했다.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이 다수가 포진된 보수진영의 가치를 끌어다가 썼다. ‘동성애자들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습니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이라는 가치는 미국사회에서 보수진영의 가치였고 보수진영의 언어였다. 그러나 진보진영인 미국 민주당이 보수적인 용어를 오히려 진보적인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가져왔다. 단순히 언어의 독점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경험과 가치에 근거해서 설득하는 고도의 정치적 말하기이자 의사소통이었다. 이를 통해 기존과는 다르게 보수층 유권자에게도 동성결혼의 정당성을 설득해낼 수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 동성결혼 합법화라는 큰 성과를 얻어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적 말하기와 글쓰기는 좋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 말과 글은 누가 더 ‘센 언어’ 또는 논란이 될 만한 ‘막말’을 동원 하는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말과 글’로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말과 글이 나빠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정치가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격하고 적대적인 언어가 아니라 부드럽고 좋은 언어로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주장을 더 잘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으면 한다. 말과 글이 나빠지고 정치가 나빠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일까? 그것은 정치가 갈등을 조율하고 더 나은 대안을 타협을 통해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불합리한 갈등의 당사자들일 것이다. 새해에는 조금 더 좋은 말과 글이 우리 사회를 풍성하게 만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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