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가 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원칙적으로 사용 금지한 약물을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허가를 변경해 오히려 금기약물의 처방을 장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식약처가 최근 소아용 감기약 용법·용량에 만 2세 미만 영유아 부분을 삭제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로 허가사항을 변경해 확정 공지했다.

이번 조치는 소아용 감기약의 만 2세 미만 사용금지 표시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국소비자원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로 용법·용량에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고 표현을 신설한 것.

변경대상은 비충혈제거제, 거담·점액용해제, 항히스타민제 및 기침억제제 등 28개 성분 173개 품목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의 해열제는 제외됐다.

이들 28개 성분은 안전성 문제로 지난 2008년 만2세 미만 용법·용량이 삭제됨에 따라 사실상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사용은 금지된 바 있다.

따라서 만 2세미만 영유아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과 투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식약처의 허가변경은 병·의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 사용금지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 의약품 안전성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약사회 A관계자는 “금기약 처방을 억제하고, 대체약물에 대한 소개와 가이드라인 등 종합적인 후속대책은 없고 오히려 사용 제한이 아니라 얼마든지 처방 가능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법·용량에 ‘의사 진료를 받는다’가 아니라 외국 사례처럼 ‘사용하지 말 것’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법·용량에 ‘사용하지 말 것’으로 표기해도 사실상 의사는 임상적 사유가 있으면 금기 약물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굳이 ‘의사 진료를 받는다’고 표기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B약사도 “28개 성분은 만 2세 이하 영유아에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 취지”라며 “금기약물을 병의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라는 식약처의 허가변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한 이번 의사 진료를 받는다는 이번 28개 성분의 허가사항 변경은 당초 소비자원이 문제 제기한 ‘병원의 처방 관리 및 감독 강화’에도 부합하지 않는 조치인 셈이다.

소아과 의사들이 28개 성분이 만 2세 영유아 사용금지 약물인지 모르고 처방할 경우 이를 제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서도 병원 50곳 중 41곳인 82% 안전성 우려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약사회 A관계자는 “DUR에서 금기성분이 확인되지만 약국에서 해당 의원에 처방이유를 확인해야 한다”며 “금기약 처방시 처방전에 임상사유를 기재할 수 있는 억제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 C관계자는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정책이 의사 처방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변이되고 있다”며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2세 미만에게는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으로 다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