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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환경호르몬 실체 최초로 밝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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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0  11: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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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의 실체를 최초로 밝힌 책이다. 의학 전공 대학원생이었던 역자도 번역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밝힐 정도로 다양한 전문용어들이 등장한다.

   
▲ 테오 콜본 저·사이언스북 刊
CFC(Chloro fluoro carbon), PCB(Polychlorinated BinPhenyl),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DES(Diethylstilbestrol), 다이옥신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대개 염소 화합물로 이루어지고 장기간 분해되지 않은 채 인간과 동물의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유해한 합성 화학물질들이란 점이다.

얼핏 보기에 딱딱한 자연과학도서가 아닐까 여겨지지만 읽다보면 책을 내려놓고 싶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제1장 저주 편에서는 지난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 도처에서 야생동물과 조류들의 개체수가 현격히 줄거나 행동 이상을 보인 기이한 사건들에 주목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 사건들의 공통된 실마리를 추적한 동물학자 테오 콜본은 비극의 단초들이 화학의 시대가 시작되었던 1940년 때와 일치함을 밝혀낸다.

산업화 바람을 타고 쏟아져 나온 각종 합성 화학물질들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일명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CFC는 개발 당시 가장 안전한 냉매, 분사제로 각광을 받았으나 오존층을 파괴한 주범으로 밝혀졌고, 살충제 DDT는 농업혁명에 공헌한 공로로 개발자에게 노벨상까지 안겼지만 내분비 교란 오염물질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상당 기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었으니 노출되지 않은 곳이 없다할 정도로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였다.

대표적인 폐해는 앞서 밝힌 대로 인간과 동물의 체내 호르몬을 교란시킨다는 점이다. 화학메신저로 불리는 호르몬은 몸속 내분비샘에서 생산되어 정보고속도로와 유사한 생물학적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내분비계가 교란될 경우 개체수가 감소하고 각종 생식기 질환을 일으키며 종양, 체중감소, 면역억제, 행동장애 등이 유발된다. 1940년 정액 1ml당 1억1천3백만 마리이던 평균정자수가 50년 사이에 50%나 감소하여 불임 및 기형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고, 유방암도 매년 1%씩 증가하여 현재 미국 여성 8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독물들이 대물림되고 전 지구적으로 퍼져 있다는 데 있다. ‘난분해+잔류’의 특징을 지니는 환경호르몬은 체내에 극미량이 잔존하더라도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북극곰의 쓸개에서 발견될 정도로 전파범위도 넓다.

미국 오대호 일대의 수질을 오염시킨 PCB는 ‘플랑크톤→갑각류→빙어→호수송어→재갈매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타고 농도가 2천5백만 배까지 증폭됨이 확인되었다. 그러다보니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있는 인간의 입장에선 어느 한 곳 안전지대라곤 없다. 인간 스스로가 저지른 일이니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야생 상태로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글을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 짓누른다.

다행히 지난 1978년 유해 화학물질 배출을 제한하는 국제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된 이래 국제적인 환경협약을 체결하고 준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본서 부록에도 1991년 저자를 포함한 일단의 과학자들이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의 분포와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윙스프레드 선언문을 발표한 있다. 독일 화학자 브라운가르트는 회수와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화학제품을 만들자는 몇 가지 지침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들이 공염불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개별 소비자 입장인 우리로서는 저자가 일러준 대로 수질검사를 거친 식수를 골라 마시고, 동물성 지방을 피하고 유기농 야채를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식기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나 자기 그릇을 사용해야 하며 손도 자주 씻어야 한다. 화초를 기를 때에도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아이에겐 플라스틱장난감 대신 천연소재 장난감을 사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주의로 충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다이옥신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검출되고 있다. 어느 개인, 한 국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밀양송전탑반대 도보순례단이 마침 우리 마을을 지나가고 있다한다. 서울의 전력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지방 원전으로부터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송전탑을 밀양 지역에만 무려 69개를 세운다는 건데, 초고압인데다 그 수가 세계 최다라서 전자파의 폐해가 불 보듯 예상된다. 전자파도 내분비 기능을 교란하여 소가 송아지를 낳지 못하고 벌이 꽃을 찾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태주의 작가 헨리 R. 소로우의 ‘월든’을 펼쳐보면 ‘자발적 빈곤’이란 말이 나온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늘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간소하고 결핍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문명인이 미개인보다 나은 이유를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에서 찾아야한다는 그의 주장이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인간본위의 지배욕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공생의지가 결국 도둑맞은 미래를 되찾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는 피동형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도둑질을 함께 한 공범들이라는 능동적인 자각과 함께 실천의지를 발현해야 한다.

더 이상 도둑맞을 미래는 없다!

신완섭(오엔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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