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실무실습 프리셉터를 갖추고 병동 전담약사 시스템을 운영 중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나현오 약제부장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임상전문약사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히라타 스미코 약사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겼다.

▲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히라타 스미코 약사

지난 2007년 일본 약사 자격을 가진 한국 약사 1호가 탄생했다. 히라타 스미코 약사다.

히라타 스미코 약사는 일본 메이지약과대학을 졸업한 후 임상전문약사가 되겠다는 생각에 성마리안나대학병원으로 진로를 정했다. 일본 내에서 임상전문약사 교육에 있어 유명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의약품 조제파트와 의약정보실을 거쳐 심장센터 전담약사를 맡아 다른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찾는데 힘을 쏟았다. 이후 체인약국 한곳의 약국장을 맡아 7년간 개국약사로 근무했다.

새로운 도전, 한국 임상전문약사

일본에서 임상전문약사로서 환자 중심 약료를 위해 노력하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05년 한국인 남편의 귀국이었다. 히라타 스미코 약사에게는 한국 임상전문약사라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변화였다.

히라타 약사는 일본 약사로서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한국 약사국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것은 언어소통이었다. 당시에는 약사국시와 함께 한국어 능력시험을 함께 봐야 했기 때문에 이화여대 어학당에 등록해 새로운 말과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히라타 약사는 2007년 한국 약사국시에 합격했고, 그해 8월 서울성모병원 약제부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외래조제실과 입원조제실을 거쳐 위험한 약에 대해 용량과 투여간격을 조정해주는 TDM(Therapeutic Drugs Monitoring; 치료약물농도모니터링 약물동력학업무) 업무를 담당한 지 2년여가 됐다. 개인차가 큰 약물이나 치료농도 범위가 좁은 약물, 독성이 치명적인 약물 등이 TDM 대상이다.

히라타 약사는 8월 이화여대약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다. 병원약사회가 시행하는 전문약사시험도 도전할 생각이다. 임상전문약사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약사는 조제는 기본이고 임상 쪽으로 가야 돼요. 어떤 일을 하든지 임상 쪽 일을 하고 싶어요.”

韓·日 덕용포장 형태·수가 등 달라

히라타 스미코 약사는 한국과 일본 약국의 차이로 덕용포장 제품의 포장 형태, 정부의 조제수가 접근방식 등을 꼽았다.

“덕용포장 제품의 경우 한국은 대부분 병 포장인데 반해 일본은 PTP 포장이예요. 낱개 PTP 포장이 돼 있어 환자들이 약을 스스로 복용하기가 용이하죠. 또 수가에서도 일본에서는 환자 치료에 있어 약사의 역할에 맞게 수가를 받게 돼 있어 병원들이 병동 전담약사를 확대하는 추세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요.”

여기에 일본에서는 가루약의 경우 2g, 1g, 0.5g 등 용량별로 세세하게 낱개 포장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포장용량이 제한적이라서 약사들이 일일이 처방용량에 따라 새롭게 조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일본에서는 환자들이 약물수첩을 가지고 병원을 찾게 돼 있어 그 환자가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금기약물이나 중복투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점도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처방약을 중심으로 DUR이 시행되고 있으며, 부모들이 유소아들의 백신 접종 스케쥴 등을 관리하기 위해 약물수첩을 활용하고 있다.

▲ 한·일 병원약사 교류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히라타 스미코 약사

“한·일 병원약사 교류 확대에 힘 보탤 것”

히라타 약사는 한일 병원약사 모임에서 통역을 했던 게 인연이 돼 현재 한국병원약사회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국 병원약사들의 교류를 지원하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일본이 앞선 부분이 있고 한국이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 이같은 부분들을 서로 공유하고 알아가면서 잘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히라타 스미코 약사는 한국 약사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어려움으로 언어소통과 정서적 차이를 들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세게 말하는 것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아요. 야단을 맞는 건가 싶기도 했구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구요. 처음엔 낯설었던 상황들도 지금은 익숙한 장면으로 바뀌었구요.”

“생활용어를 빨리 배우려면 한국 드라마 많이 보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어느새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된 히라타 스미코 약사가 한국과 일본 약사들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톡톡히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