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약사신협 등 약국간 교품이 이달부터 잠정 중단하면서 약국에 쌓일 불용재고약의 처리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개국가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 약국에서 반품을 위해 쌓아놓은 재고약

2일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약국간 거래를 도매행위로 간주해 교품을 제한하면서 약사신협 등 교품 사이트들이 잠정 운영중단 결정을 내렸다.

경기도약사회도 각 지역약사회에서 운영 중인 교품 게시판이나 사이트의 운영의 잠정 중단을 요청하고, 약사회와 정부의 협의결과에 따르기로 안내한 상태다.

약사회가 파악하고 있는 서울약사신협의 연간 교품규모는 약 8억원, 부산신협 약 1억원 등으로 각 시도약사회와 지역약사회 게시판을 통해 이뤄지는 교품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식약처는 약국간 교품에 따른 의약품 이동, 위해의약품 발생시 관리 등 안전성을 이유로 약사감시 등 교품 문제를 들고 나고 있다는 게 한 약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장 이달부터 교품이 중단되면서 재고약 처리와 덕용포장이 부담돼 필요한 의약품을 교품에서 해소했던 약국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A약사는 “청구불일치 사태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교품을 통해 이용해왔다”며 “교품이 중단되면서 약국에 재고약만 쌓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약사는 “교품을 통해 폐의약품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을 찾아 헤매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방법”라며 “교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지 없애는 정부의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B약사도 “교품이 위축되면 약국에 재고약은 쌓을 수 밖에 없다”며 “반품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약국에게 재고약을 떠안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약국간 교품에 대한 8월 약사감시까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물론, 감시 대상이 교품몰을 이용하는 약국들로 한정하고 있지만 개국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 약국에서 수거된 폐의약품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재고약 반품과 소포장약의 공급, 지역처방전목록 제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않는 상황에서 교품에 대한 규제는 약국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C약사는 “약국의 재고약을 최소화하기 이해 소포장 공급, 처방목록제출, 대체조제 간소화, 성분명 처방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 교품 논란이 봉합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약국에 재고약만 쌓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지난해 약국에서 수거된 폐기된 의약품만 342톤으로 전년보다 13%가 증가했다. 지난해 약사회 반품사업 규모도 104만6,727 폼목, 148억5,519만원 상당에 달한다.

D시도약사회장은 “지난 15년간 약국에서 교품을 통해 재고약을 해소해왔지만 이제와서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문제를 약사감시라는 약사의 잘못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수십억의 재고약의 폐기되는 현실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입법적 노력이 먼저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품몰에서 재고약 처리를 위해 교품가격이 실제 약가보다 5~30% 싸게 처리되고 있다. 차라리 손해를 입더라도 재고약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보험약가 1,000원인 약을 900원에 구입한 약사가 실구입가인 900원이 아닌 1,000원에 청구할 경우 실거래가 위반에 해당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약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약사감시의 초점이 이 지점에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근 약국간 소량의 거래 등은 문제가 없지만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것에 주시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일선 약사들은 약국간 교품몰을 이용해 차익을 남기려는 약국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도 식약처 관계자와 약국간 교품에 대해 약국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와 교품 문제에 대해 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교품몰 운영의 잠정적 중단은 이해가지만 제도상의 문제로 피해를 입는 것은 약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약국간 거래의 ‘긴급’ 상황의 ‘긴급’ 범위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약사법에서 허용하는 약국간 거래가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있어 법령 개정도 요구하고 있지만 8월 약사감시가 예고된 가운데 시간적인 문제가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

약사회 관계자는 “법령 개정은 중장기적 과제일 수 있다”며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약국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