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자기계발로 성공적 약국경영

2003년 릴레이인터뷰의 대미를 장식할 안양시 보건약국 이해숙 약사는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 개국약사의 표본이다. 서로를 말없이 존중하며 십수년간 이웃사촌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는 대일약국 하성상 약사가 이 약사를 추천해주었다.

안양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이 약사의 약국은 얼핏 보기엔 평범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기저기에서 특별함이 묻어난다. 별다른 투자 없이도 의약분업의 풍랑을 거뜬히 헤쳐나올 수 있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 약사 스스로가 분업이나 불황 등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자부할 정도다.

분업 이전에 이 약사는 소위 ‘약 잘 짓는 약사’로 이름을 떨친 적이 있다. 분업과 함께 자유로운 조제가 불가능해진 점은 이 약사에게도 큰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 약사는 자기계발과 학습을 통해 여러가지 악조건들을 이겨냈다. 현재 보건약국은 ‘매약 30%, 처방조제 30%, 한약 30%’라는 황금비율의 매출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 평균 처방건수는 50건 정도, 많지는 않지만 적은 인원으로 꾸려나가기엔 꼭 알맞은 수준이다. 분업 직후 남들처럼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바꿔 볼 생각도 했으나 외양보다는 내실이 중요함을 알기에 따로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체계를 갖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약국을 경영하다 보면 자칫 자기계발에 소홀해지기 쉽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 약사의 경우 1970년대부터 꾸준히 한약공부를 해오며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약사 자신이 양약을 잘 못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한방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고. 최현우·김경옥 박사 등 유명강사들의 강의는 안 쫓아다닌데가 없을 정도이며 약국을 보는 도중에도 관련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반드시 내용을 정리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양방에 앞서 한방요법의 가능성을 우선시하고, 되도록 약을 많이 먹이지 않는 것이 환자를 다루는 이 약사의 기본방침이다.

“단순한 보약의 개념으로 한약을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양약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수술을 요하는 질병들을 개선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이 약사는 자궁근종과 같은 여성질환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관리하며 특화약국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수술 직전까지 악화된 여성질환자들을 한약으로 낫게 한 일들은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

이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이 입소문으로 보답하기 때문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꾸준히 단골손님이 생겨난다고.

“환자상담의 노하우요? 그런거 없어요. 의외로 환자와 대화하는 것도 서툴고, 제 인상이 깍쟁이같아 보인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쉽게 친해지긴 어려워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환자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더군요. 특별한 기술보다는 그들을 꼭 건강하게 해주고 싶다는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져서 환자들이 만족하는게 아닐까요?”

안양에서만 25년째 약국을 운영해오고 있는 이 약사는 개국약사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한다. 71년 대학 졸업 후 도매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고 병원약사와 근무약사도 두루 거쳐보았지만 약국경영만큼 적성에 맞는 일도 없는 것 같다고.

개국약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약사회무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해 왔다. 84년 안양시약사회에서 반장직을 맡으면서 처음 회무를 시작한 이래 한약위원장과 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안양지역에 살고 있는 숙명약대 동문회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 역시 이 약사의 역할이다. 스무명 남짓이지만 두달에 한번씩 꾸준히 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이 약사는 숙명약대 동문회 안양지부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 약사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는 노인복지에 헌신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아직까지는 관심 뿐이지만 조만간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함께 소박한 출발을 도모할 계획이다. 약국에서 환자를 대할 때처럼 봉사활동 역시 머리보다는 가슴을 앞세워 하고 싶다는 이 약사의 소망이 새해에는 꼭 이루어질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