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하라”

자신만의 약사상 정립 등 ‘멋진 삶을 사는 약사’를 실천하는 수원 효원약국 나레연 약사(서울대약대 72)가 다음 릴레이 주인공으로 경기도 안양시 그린프라자약국 정찬헌 약사(중대약대 72)를 추천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시장 입구에서 그린프라자 약국을 운영하는 정찬헌 약사는 한마디로 ‘만능 스포츠인’이다.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그의 운동이력을 보면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역도·레슬링·사격 등 만능스포츠인
정 약사는 중앙대약대 시절 ‘역도’ 동아리에 가입해 역도부장까지 지냈다. 정 약사에 따르면 보통 역도부장은 체육학과 출신들이 맡기 마련인데 약대 출신이 역도부장에 오르기는 자신이 처음이었단다.

그 당시 팔뚝 두께만 42~43cm, 가슴둘레 116cm에 달할 정도로 요즘 말하는 소위 ‘몸짱’이었다. 정 약사가 역도 바벨을 들어다 놨다 들었다 놨다했던 모습을 가히 상상만해도 흥미롭다.

그리고 미스터 중앙선발대회에서 3위까지 입상했다니 지금까지고 다부진 체격을 보면 헛말은 아닌듯 싶다,

정 약사는 “고등학교 때 태권도를 했지만 체구가 적어 힘을 받지 못했다”며 “발차기 등에 파워를 얻기 위해 역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팔씨름에서 손목을 잡히고서도 져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게 그의 후문이다. 지금은 팔씨름만큼은 누가와도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정 약사의 운동사랑은 역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친구 따라 레슬링도 배우면서 자칫 약대를 그만두고 레슬링 선수로 전향할 뻔 했단다.

약대를 졸업한 후 1년여간 근무약사를 하다가 1978년 강서구에 원당 약국을 개설하더니 ‘원당 조기축구회’도 만들었다. 강원도 강릉까지 가서 축구시합을 펼칠 정도로 남다른 열정 하나는 대단했다.

열정 하나로 참가했던 약사회무
서울시약사회가 주최한 등반대회에 나가서 1등에 오르더니 공기총 사격대회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강서구 축구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고 하니 이쯤되면 ‘운동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아깝지도 않을 터.

정 약사는 “대한약사회에도 조기축구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최근 약사대표축구단이 생겼다”며 “축구팀 소속은 달랐지만 최두주 단장이 당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후배였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골프모임에서 골퍼로서 나서고 있다. 그는 “골프는 자연과 호흡하고 쉽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운동”이라며 “어느 조직에서도 골프모임이 없으면 조직 유지가 어려울 정도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에는 모교인 사례지오고 골프단장으로 팀을 이끌고 나가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올해에는 비록 단장을 맡지 많았지만 8개 고교팀이 벌였던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입이 닳도록 자랑했다.

무엇보다 약국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는 약사들에 운동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사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돌봐야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약사는 “약사가 감기에 걸리고 환자에게 감기약을 준다는 게 맞지 않다”며 “약사 자신부터 건강해야 약국을 찾는 환자들도 신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약사들이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현장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약사 자신에게도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의 건강만 챙기지 말고 자신의 건강도 돌보라는 약사들을 향한 애정어린 바람이다.

2008년 임상병리학 약학박사 취득
정 약사는 2008년 2월 중앙대약대 대학원에서 임상병리학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했던 동기가 부천 이진희 약사와 과천 강효숙 약사란다.

비록 늦깎이 대학원생이었지만 약사로서 좋아하는 운동 만큼 학문적 열정은 식지 않았다. 정 약사는 “늦은 나이에 시간을 내서 공부해 학위를 받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약학박사라는 학위가 외부에서나 내부에서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약사들이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있지만 약학박사 등 이러한 외적인 요소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약대 6년제가 시행된 만큼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전할만 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약사들도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운동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 약사는 지난 1995년 경기도 안양시에 그린프라자약국을 개설해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약국 문을 열어보면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건장한 약학박사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