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복약지도에 힘을 쏟고 있는 경은약국 전보나 약사의 릴레이 바통이 강남구 대치동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는 나리약국 정문경 약사(중앙대약대82학번)에게 넘겨졌다.

약국경영, 진실된 마음으로 환자와 소통한다

▲ 나리약국 정문경 약사

정문경 약사는 지난 2007년 5월 현재의 자리에 약국 문을 열면서 주위로부터 많은 만류를 받았다. 약국 위치가 대로변에서 약간 빗겨있고 건물의 1층은 다소 들어간 형태를 하고 있어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도 약국경영은 어려웠다.

“기존의 약국도 경영이 어려워 자리를 옮겼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처음 약국자리를 와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하고 약국 문을 열었죠. 한 1년간은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나이드신 분이 약국을 찾아와 1시간 넘게 얘기를 나눠도 고객이 1명도 찾아오지 않을 정도였죠. 그때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8시15분부터 밤 9시까지, 일요일에도 오후 6시까지 매일 약국문을 열었어요. 그래도 힘들지 않았으니 약사가 천직인 게 맞나봐요.”

정 약사는 “진실되게 사람들을 대해서인지 약국을 오픈하고 1년여가 지나면서 방문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고객들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는 약국문을 오후 7시30분에 닫고 격주로 일하는 일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만 근무하고 있다. 약국을 오래 하려면 쉬는 시간도 있어야 지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내린 결정이다. 일요일 근무시간을 결정한 것도 365일 문을 여는 인근 약국이 일요일에는 오후 1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오후 2시까지면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매일 약국을 여는 것과 함께 문 한쪽을 이중문으로 만들어 ‘약’자가 새겨진 문을 열어둬 지나는 사람들이 약국을 알아보기 쉽도록 했다. 부동산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약국이 건물 전체로 볼 때 다소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약국이 있는지 잘 모르더라구요. 그래서 인근 부동산에서 별도의 문을 설치해 열어두면서 홍보하는 것을 보고 설치를 결심했어요. 약국을 열고 있는 동안에는 이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고객들이 지나다니면서 약국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알 수 있어 좋아하구요. 한 할머니는 ‘약’자가 새겨진 문이 열려있는 걸 보면 마음이 놓인다고도 하시더라구요.”

환자를 위한 우리 약국은 동네 사랑방

정문경 약사는 약국이 동네 사랑방 같다고 얘기했다.
“나이드신 분들이 약국에 오셔서 속내를 풀어놓으시고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나가시는 모습
을 보면 좋아요. 그런 분들 중에는 다시 오실 때 맛있는 음식이나 반찬을 싸다주시기도 하시구요. 주위에서 나이드신 분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기를 빼앗긴다고도 하는데 제 기를 나눠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학원 1번가라고 불리는 대치동에 약국에 위치하다 보니 생긴 수험생들과도 인연도 꺼내놓았다.
분당에 살면서 매주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고등학교 남학생 3명이 매번 약국에 들리곤 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수능시험 직전 약국을 찾은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고나서 1년여가 지난 2011년 12월 3명의 학생이 다시 약국을 찾았다. 3명 중 2명이 재수를 하면서 시간이 조금 늦춰진 것.

정 약사의 품에는 이들이 수능 직전 건네준 2장의 편지가 고이 접어져 있다. 편지에는 엄마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데 대한 고마움 등이 담겨있다.

한국 100대 명산 모두 오르는 게 목표

정문경 약사는 지난 2008년 3월 두번째 일요일, 지인의 소개로 등산을 시작했다.

“6시간 정도 걸을 수 있냐는 말에 당연히 걸을 수 있다고 대답했죠. 그리고서 간 곳이 치악산이었어요. 당시에 산에는 눈도 쌓여있었는데 첫 산행이라 아무 준비도 없이 산에 올랐어요. 다녀오고 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전 처음 쥐가 났어요. 그것도 허벅지까지요. 그런데
월요일 아침 약국에 앉아있는데 산이 나를 부르더라구요. 그 이후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산악회와 함께 산을 오르죠.”

정 약사는 “몇 년 전 테이핑요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서 다리에 테이핑을 하고 산을 오르면 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직접 테이핑을 한 후 산을 다녀왔는데 정말 쥐가 나지 않았다. 한번은 이제 됐겠지 하고 산에 올랐다가 쥐가 나서 고생하기도 했다. 역시 약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문경 약사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모두 가볼 생각이다.

“등산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100대 명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금까지 20여개 산을 다녀왔어요. 가본 산들도 다시 찾겠지만 못 가본 곳들도 모두 가보고 싶어요.”

정 약사에게는 또하나의 목표가 있다. 중앙대약대에 다니던 시절 클래식기타반에서 활동하면서 시작했던 ‘아브라함궁전’을 완주해 보는 것이다.

약국의 안과 밖에서 자신의 삶을 활기차게 풀어내고 있는 정 약사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