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비판정신 가진 시민 육성
‘지혜를 나누고 인생을 배운다’ 슬로건 살려 평생교육 지향”

10대부터 90대까지 배움의 길을 찾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방통대는 지난 1972년 당시 문교부 장관인 민관식 장관이 ‘평생공부, 평생현역’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민 장관은 1966년부터 대한약사회장을 7번이나 역임한 약사인 만큼 방송대와 약사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깊다. 현재까지도 많은 약업인들이 방송대를 통해 새롭고 더 넓은 학문의 길을 찾고 있는 만큼 그 인연은 계속돼오고 있다.

2013년 올해 방송대에 신입생으로 등록한 학생 중 약사가 100여 명이 넘는다. 조남철 방송통신대학교 총장을 만나, 평생교육의 철학적 의미를 조명해 보았다.

▲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 한국문학연구학회장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전 재외동포신문 편집위원장

- ‘지혜를 나누고 인생을 배운다’는 방통대 슬로건의 의미와 대학 소개…
우리가 ‘지혜를 나눈다’는 말을 내세운 것은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한다는 의미다. 모두에게 똑같은 교육기회를 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생을 배운다’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방통대 내 구성원끼리 경험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썼다. 실제 우리 대학에서는 교수의 경우도 학생들로부터 인생을 배운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특별한 대학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열린 교육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방송통신대학교를 소개하자면 올해로 개교 4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방통대는 원격, 평생교육의 선구자로서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53만 명에 이르는 졸업생과 16만 명의 재학생이 있으며, 13개 지역에 캠퍼스가 있다.

서울에만 3개 학습센터와 더불어 32개의 지역학습관이 있다. ‘OUN’이라는 유성채널도 운영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는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방송대 동문인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방송대 방송에서 연설 도중 눈물을 흘려, 방송대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보였다. 졸업생에게 방송대의 의미는?
나 역시 인터뷰 전 김 회장이 나온 그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 김효준 회장의 경우에도 우리대학 졸업하고 이를 발판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많은 고위공무원들이 우리 대학에서 더 많은 학위를 취득했다. 김기열 경찰청장도 우리대학에서 학사마치고 행정고시 통과 후 석박사를 받았다. 그들에게 우리대학은 새롭게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다른 의미로는 이른바 21세기 빠르게 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자기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위해서 우리대학을 선택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확장하는 경우가 있다. 김춘진 국회의원은 치의학박사이자 환경보건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 학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런 분들은 자기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 대학을 선택한 것이다.

- 삶과 평생공부에 대한 조 총장의 철학은?
특히 21세기에 들어 복지가 강조되며 평생학습사회로의 진입이란 것은 평생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 사회에서 제공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는 보편적 복지에 있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평생학습, 공부라는 것은 끊임없이 우리 삶에서 존재감을 갖고 자기 삶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라고 본다. 이제는 교육이란 우리 삶의 과정 속에 있어서 선택적 조건이 아니라 꼭 필요한 필수적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인상에 많이 남는 ‘시니어학생’은?
우리 대학은 고령화사회를 맞아 ‘프라임칼리지’를 설립, 고령인들이 더 알차게 공부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입학한 90세 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어 원서를 자유롭게 보고 싶어서’ 1학년으로 입학했다. 이 분은 공부 자체가 목적이다.

한편 우리 대학에 와서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으로서 우리 대학을 다니다가 교육대학원에서 교직 자격증을 취득 후 교사가 되기도 하고, 늦은 나이에 늦게 문학 활동에 관심을 갖게 돼 시인, 소설가로 등단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 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70세가 넘은 우리 대학 국문학도도 있었다.

- 평생공부는 개인의 자존감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주부 학생들 경우에는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TV 뉴스가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지던 지식의 ‘내면’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과정이다.

주부로서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로만 살아가던 사람들이 인간 누구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주부학생들 뿐 아니라 이미 학사학위를 가진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찾는 이유도, 학위가 아닌 ‘자아’를 찾기 위해서다. 이것 또한 자기존중감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생학습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남과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른바 배워서 ‘남 주는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졸업생들 중에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남에게 나누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 예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문화가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대학 학생들의 활약이 크다. 다문화가족에게 자원봉사자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사람들 중 ⅓은 우리 대학 출신일 것 같다.

- 방송대를 설립한 민관식 장관이 말한 ‘평생공부, 평생현역’의 의미란?
40년 전에 이미 원격교육, 평생교육을 생각하고 방통대를 만든 정책 입안자들은 굉장한 선구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상당히 미래적인 혜안이었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빨리 변화하고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충전하지 않으면 사회의 의미를 찾게 되기 어렵다. 노후생활도 학습을 통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대다. 평생 의미있는 존재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개발하고, 새로운 지식의 충전이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라고 본다.

-방송대의 꿈과 목표는?
무엇보다 첫번째로는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누구에게나 교육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역할이 가장 큰 꿈이다.

둘째로 ‘100세 시대’를 맞아 생산적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실버 세대를 위해서 공헌하겠다는 꿈이 있다.

또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으로 소외된 탈북자, 다문화가정과 같은 이들에게 우리 대학을 통해 봉사하고 싶다. 지난 2011년부터 뉴욕 한인간호사로부터 새로운 자격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전 세계에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특히 재외동포 3·4세대에게 한국문화 및 역사교육을 원격교육 매체를 통해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의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진 교육 자료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OUR운동을 적극 확대해 전 국민에게 교육적으로 봉사, 헌신하는 대학으로서 존재하고 싶다.

- 약사, 제약업계 종사자 등 약업인들에게 한마디.
약사가 약을 조제하는 기능적인 역할만 한다면 사회적 의미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아닌가한다. 최근 ‘통섭·통합’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약사들의 경우 인문학,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가져 환자들과 약으로만 만나지 않고 더 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대부분의 약국은 병원에 비해 환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이 통섭적인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평생학습을 통해 쌓길 바란다.

또 대체로 제약산업은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첨단산업이다. 제약회사의 CEO들과 관계자들에게는 그 분야 지식 못지않게 주변적인 지식도 학습할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그룹으로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