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서초구 굿모닝약국 류일선 약사(우석대약대 83)가 서초백화점약국 유창하 약사(서울대 74)를 추천했다. 유 약사는 서초구약사회 부회장으로 약사회무에도 활동하고 있다.

유창하 약사는 약대를 졸업한 후 일동제약 영업부 사원으로 근무하다 관악구, 용산구, 강서구 등에서 약국을 운영하다 지난 1999년 서초구에 자리를 잡은지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내방객 ‘원 스톱 쇼핑’ 품목 구비
유 약사의 약국은 남부터미널 근처로 사무실 빌딩이 많고 대로변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아 출퇴근 시간대에 내방객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약과 일반약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위생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구비해 내방객들이 상품구입을 모두 한 군데서 마칠 수 있는 ‘원 스톱 쇼핑’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가능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약국을 방문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그는 “규모 면에서나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며 “약국경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구성을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약사에게 재고관리는 약국경영의 최고 주안점이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의 상품명 처방에 따른 약국가의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 약사는 “같은 성분의 의약품을 제약사별로 수십 가지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고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수시로 재고를 점검해서 불용재고약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200~300알 포장의 비싼 처방약의 경우 처방이 나오지 않으면 처리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그 경제적 손실은 약국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소포장 생산·낱알 반품 확대 시급
따라서 그는 처방약 사입시 처방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품목인지 어쩌다 처방되는 품목인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재고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갑자기 중단되는 처방약에는 도리가 없다. 물론, 반품하면 되지만 낱알 반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약국가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그는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태라며 소포장 생산의 확대를 제시했다.

유 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소포장 생산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소포장 생산이 없는 처방약이 많다”며 “제약사에서 처방약의 소포장 생산을 늘리거나 원활한 반품, 특히 낱알반품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유창하 약사는 지난 3년간 서초구약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40여 회원약국들의 약국경영 환경개선을 위해 수없이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중 일부 시행했던 것이 POS시스템이다. 유 약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도입한 POS는 현재 20~30%의 회원약국이 갖추고 있다.

POS는 재고관리뿐만 아니라 매출분석, 이익률, 품목별 판매현황 등 약국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약국내 재고관리, 입출입 및 매출 분석 등에 여념이 없는 유창하 약사.

지역주민 건강관리는 최소한의 의무 
유창하 약사의 약국은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9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지역적 특성상 늦게까지 약국을 찾는 주민들이 많지만 하루 13시간 이상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약사 면허소지자로서 지역주민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의무는 수행해야 한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능하면 폐문시간도 늦추고 공휴일 근무도 늘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약사의 자부심은 처방약 복약지도로 이어진다. 내방객이 몰리는 시간대라도 최소한 기본적이 용법·용량이나 주의사항의 전달을 잊지 않는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처방약의 상호작용이나 일반적인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 간단한 건강정보를 제공하면서 시간의 효율적 배분에도 신경을 쓴다.

동네약국의 특성상 처방약이 없으면 환자의 편의를 위해 어떻게든 구해서라도 다음 날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한 번 방문했던 환자들 대부분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이유일 게다.

약사감시 등 약국업무 개선 필요
무엇보다 유 약사는 “대부분의 약국들이 규모가 작고 오랜 근무시간 등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환자에게 친절할 수 없게 되고 약국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어린 일이 결국 민원대상이 되고 약사감시에 전전긍긍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역주민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약사들이 감시대상이 되고 처벌받게 되는 현재의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게 유 약사의 생각이다.

특히, 서울시약사회 등 상급회에서 약국가의 이러한 어려운 실상을 파악해서 약사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약사는 “약사감시가 규제나 처벌 위주가 아니라 약국운영을 잘 할 수 있게 지도해주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복지부와 협의해서 개국약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