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요즘 뜨고 있는 모 식품회사의 산수유 제품 광고카피이다. 효능 표기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산수유 가공식품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재미나게 표현한 것인데, 뭇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근래 최고의 히트 강장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다. 그런데 산수유가 남자에게 그렇게 좋을까? 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수유를 ‘몸을 살찌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정액을 보충한다.’고 하여 대표적인 강정제로 소개하고 있고, 십전대보탕 못지않게 일반에 널리 알려진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은 여섯 가지 약재가 들어간 보혈보음제인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가 바로 산수유이기 때문이다.

산수유와 관련한 재미난 설화 한 토막. 신라 48대 임금인 경순왕은 귀가 당나귀 귀처럼 너무 커서 항상 복두를 쓴 채 생활했으므로 아무도 몰랐지만 복두장이만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밀을 가슴에 품고 살자니 죽을병이 든 복두장이는 도림사 뒤켠의 대밭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다 죽었다고 한다. 그 뒤로 바람만 불면 대나무들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아우성을 질렀고 이를 참다못한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린 뒤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게 하였다 한다. 자신의 치부를 가려주기에 산수유나무만한 게 없다는 판단이었을까.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갈잎작은키나무이다. 층층나무속은 북반구 온대에 40여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약 7종이 있다. 높이는 4-7미터 정도 자라고 개화기는 3, 4월경이며 결실기는 9-11월경이다. 이른 봄철에 노란 꽃을 화사하게 피웠다가 늦가을에 빨간 열매로 익는다. 열매가 닭발 같아서 ‘계족’이라고도 하고 약으로 이만한 게 없다 하여 ‘약조’라고도 불린다. 10월 중순 상강 이후가 수확기인데, 씨앗을 분리시킨 육질은 술과 차, 한약의 재료로 사용된다.

타원형의 과육에는 코르닌 Cornin, 모로니사이드 Morroniside, 로가닌 Loganin, 탄닌 Tannin, 사포닌 Saponin 등의 배당체와 포도주산, 사과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A와 다량의 당분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코르닌은 부교감신경 흥분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자에는 필미틴산, 올레인산, 리놀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한의학에 등장하는 산수유의 대표적인 약리작용을 살펴보면,
첫째,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 작용
산수유의 가장 큰 약리작용으로는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 효과를 꼽는다. 산수유를 오랜 기간 먹을 경우 몸이 가벼워질 뿐만 아니라 과다한 정력소모로 인한 요통 무기력증으로 조로현상, 이명현상, 원기부족 등에도 유익하다. 원기를 올려주고 신장 기능을 강화해 정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이런 효능은 남성의 조루현상이나 발기부전, 또는 몽정이나 지나친 수음 행위 등으로 정신이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도 적용된다.
둘째, 통증 완화 시린 데에 효과
수렴성 강장약으로 신장의 수기를 보강하고 남성의 정수(精水)를 풍부히 하여 정력을 유지하는데 효능이 탁월하고 성인남녀의 허리와 무릎 등의 통증 및 시린 데에 효능이 있고 여성의 월경과다 조절 등에 좋다.
셋째, 요실금, 야뇨증에 효과
산수유의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어린 아이들의 야뇨증을 다스리며 노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요실금 증상에도 효능이 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일 때 인삼과 오미자, 진피, 익지인을 함께 쓰면 잘 낫는다.
그 외에 산수유는 간과 콩팥의 강음 강정을 보하여 과로하거나 신체가 노화되어 나타나는 빈뇨(頻尿)에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정력을 보강시켜 주고 성 기능을 높이며 뼈를 보호해 준다고 하고 허리와 무릎을 덮어주며 오줌이 잦은 것을 낫게 한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펴낸 <중약대사전>에 의하면 산수유 열매과육은 원기를 강하게 하고 정액을 거두어 간직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씨는 반대로 정액을 빠져 나가게 한다. 이처럼 과육과 속씨의 효능이 정반대가 되므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핵인 속씨를 제거해야 한다. 속씨에 들어있는 떫은맛의 수렴 성분이 소변을 불편하게 만들고 원기를 빠져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를 달일 때나 술을 담글 때에는 익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불에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굳은 씨를 빼낸 후 말려서 사용하면 된다.

한편 산수유는 설사할 때, 감기로 오한과 발열이 있거나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배뇨통이 있을 때, 정력이 너무 왕성할 때에는 쓰지 않고 도라지와는 상극이라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산수유는 가정에서 차로 복용하면 좋다. 산수유 150g을 맑은 물 10리터(5되)에 넣고 높은 불에 1시간, 낮은 불에 2시간 정도 끓인다. 물의 양이 30% 정도로 졸여졌을 때 건더기를 건져내어 마시면 된다. 냉장고에 보관하여 차게 마셔도 좋다. 신맛이 강하므로 약간의 설탕이나 꿀을 가미하여 복용하거나 대추, 곶감, 계피, 감초, 오미자, 구기자, 인삼 등과 함께 달여 장복하면 보혈강장(補血强壯)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산수유차는 신장 요로계통과 성인병, 부인병 등에 효능이 있으며, 특별히 성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땀을 멎게 하며 열을 내리고 음기를 보충해 준다.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증상에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