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이벤트적 사업 지양하고 개국현장에 맞는 정책 펴야

의약분업 도입시기부터 지루한 논쟁을 벌였던 일반약 약국외 판매문제가 최근 급진전되면서 사회적 이슈화로 약사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기는 의약분업 이후 10년동안 약사사회가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약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의약분업 10년 약국모습 반성해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송미옥 회장은 “약국외 판매는 의약분업 이후 10년간 약국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약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 부족이 축적돼 터진 것으로 오히려 약사사회가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약 약국외 판매문제를 막아내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약국외 판매 논란을 통해 약사사회가 국민의 건강과 입장에 서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한다.

물론, 약국외 판매 문제가 약사사회가 원하는 대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또다시 의약분업 10년간 보여준 모습이 되풀이된다면 앞으로 닥쳐올 위기는 중과부적이 될 수 있다.

이에 송 회장은 “약사사회가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약국 약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제를 개발하고 약국가의 변화를 견인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약사회의 대국민 사업이 소수임원 중심의 이벤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약국현장과 연관되고, 지속성을 가진 형태로 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편채널 위해 선택된 ‘의약품’
송 회장은 “이번 약국외 판매는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에서 언급된 바가 있다”며 “그 논의 중심에 보건의료시스템과 관련된 각 직능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는 곳이 복지부가 아니라 기재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약국외 판매 논의의 중심을 기재부가 갖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를 시장주의로 이데올로기화해 기업·경제·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최근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 약국외 판매가 속도를 내는 것 또한 4개 종합편성채널과 무관하지 않다고 송 회장은 설명한다. 즉, 현 정부가 종편채널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그 한축으로 의약품을 선택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종편채널을 살리겠다고 대놓고 할 수 없으니 소비자 접근성이라는 구실을 갖다 붙였다”며 “약국외 판매의 이유로 제시했던 소비자가 불편하다는 명확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약국외 판매로 미국과 영국을 들고 있지만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는 프랑스, 독일, 북유럽 국가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국외 판매 등 의료민영화 사전포석
그는 “응급실을 갈 정도가 아니고 간단히 해결하고 대증요법이 가능한 질환은 약국외 판매보다 공공적 대응기구가 필요하다”며 “복지부도 유럽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회장은 약국외 판매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의 약국 합명법인 법안과 맞물려 있다고 주목했다.

이는 결국 약국의 영리법인 허용을 시발점으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치과 등으로 확대하려는 이른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약국외 판매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은 현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위해 보건의료단체중에서 가장 쉽게 흔들 수 있는 약국의 재편을 감행하고 있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에 송 회장은 의료민영화의 첫 포석이라 할 수 있는 약국외 판매, 영리법인 허용 등 약국가의 재편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노동단체, 보건의료단체 등과 합의와 동의를 얻어 연대의 틀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약국외 판매를 주장하던 경실련도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 후 종전과 비교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같은 내부적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송 회장은 “대한약사회가 약국외 판매뿐만 아니라 합명회사라는 영리법인문제에 대해사도 이제는 제고할 때가 됐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