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수원시 고등동 온누리제민약국 이혜련 약사가 오랜 시간 선후배의 정을 이어온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수원농산물검사소 최옥경 소장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겼다.

수원농산물검사소 산파역

수원시 권선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위치한 수원농산물검사소는 경기도 내 4개 공영 도매시장 중 하나이다. 경매에 앞서 농산물을 검사하는 것이 검사소의 역할.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직원들은 3조 2교대로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

최옥경 수원농산물검사소장(숙명약대 80학번)은 지난 1988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몸담은 이후 22년간을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최 소장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30여명에 불과했던 인원도 지금은 200명 규모로 확대됐다.

연구원에 근무하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성대약대 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를 마쳤고, 약품분석과 식품분석 등을 업무를 담당해오다 2002년 검사소장으로 취임했다.

최옥경 소장은 수원농산물검사소가 개소하는데 산파역을 담당했다. 당시 채소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에서도 검사소가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몇 해 전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생긴 강남농산물검사소도 수원농산물검사소를 개소하는데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채소 잔류농약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었어요. 이미 서울에는 검사소가 생긴 후였고 경기도에도 농산물검사소의 필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얘기를 했고 결국 2002년에 수원검사소가 개소하게 됐죠. 개소하면서 소장을 맡았었고 2년간 본원에 들어갔다가 다시 소장으로 복귀했어요. 소장을 맡으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아요.”

최 소장은 “직원들이 3조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을텐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진출해 직능 개발해야

최옥경 소장은 공직은 약사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자리라고 말한다.

특히 약사의 직능을 확대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은 약사들이 진출해 직능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이라고 해도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자신이 공직에 몸을 담고 지속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커질 뿐만 아니라 약사의 직능을 확대하는데도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약사 직능이 확대되려면 수적으로 늘어야 하구요. 아직까지 보건환경연구원에 있는 약사들은 몇 명 되지 않는데, 더 많은 약사들이 연구원에 들어와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어떤 분야에 약사가 여러명이 함께 진출해 있어야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최 소장은 “약사들이 이직할 기회도 많고, 사실 여러번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작은 것을 쫓아가지 말고 큰 그림을 보고 자신의 갈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직에 관심이 있는 약사 후배라면 끈기를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며 “그것이 스스로 약사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먹을거리 유기농 재배 꿈 키워

보건환경연구원에 몸담은 이후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최옥경 소장에게는 농산물 검사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기농 재배 등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직접 재배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한동안 과수원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따로 일하는 분을 두긴 했지만 운영이 쉽지 않더군요. 결국 과수원을 정리하게 됐어요. 최근 들어 먹을거리가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유기농 재배 등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해 관심이 커졌죠.”

최 소장은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로컬 푸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유기농 채소를 직접 제 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이를 위해 수시로 관련자료들을 찾아보고 필요한 부분을 따로 정리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의 먹을거리를 직접 챙기면서 다른 이들과도 이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묵묵히 한 곳에서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쏟으며 약사직능도 함께 키워가고 있는 최옥경 소장의 모습에서 약사사회의 위상 강화라는 대명제가 어떻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를 짚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