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동대문구약사회 박형숙 회장이 구로구약사회 송경희 회장으로 바통을 넘겼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송 회장이 추천한 종로구약사회 이병천 회장(중대약대80)이 이어갔다.

19세기 유명한 독일 철학자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서재에서 집필을 멈추지 않았던 이 철학자의 치열했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던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꾼다는 것. 높으신 나리들의 손에서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개개인들의 힘이 모여 이뤄진다. 약사라면 약사직능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가능할 게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약사
약사직능을 살려 세상을 가꾸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종로구약사회 이병천 회장이다. 그래서 이 회장은 약사가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꾸준히 고안해 낸다. 최근 전국으로 확대된 폐의약품 수거사업도 이 회장에서 비롯됐다.

제약사나 도매사로부터 잉여의약품을 지원받아 의약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천사의약품지원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의약품 시장 변화로 팔리지 않는 약, 유효기간이 1년 미만인 약 등은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비용 낭비일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같은 의약품을 약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전달해주고 지원해준 업체에게는 후원금 영수증을 끊어주니 모든 면에서 유익하다”

또한 이 회장은 최근 범람하는 건강기능식품에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약품에 준하는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정부당국에 제안해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뿐만 아니다.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는 나눔장터 사업, 의사·약사·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친교를 통한 해외 의료봉사 등 약사직능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약사직능의 사회적 사명감은 ‘종약대상’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이 상은 약사의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약사회의 발전에 힘쓴 사람에게 1년에 한 번 수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다음해로 이월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나뉘먹기식의 상이 아닌 그야말로 공정한 심사를 거친 명예로운 상으로 기억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취지에만 부합된다면 약사가 아니라도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종약대상의 초안과 기금까지 마련해놨다는 이 회장의 눈빛에는 약사직능의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이다.

‘때’에 맞는 약사회 사업전략 필요
종로구약사회도 다르지 않다. ‘때’를 강조했던 율곡 선생이 조선사회를 진단하고 때에 알맞는 제도의 도입을 소리 높였듯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약사회의 사업방식도 발 맞춰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대표적인 것이 약사회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시대에 맞는 약사법 개정이다. 이 회장은 “외부용역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근 동네약국들이 사라져가는 원인, 경영상태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바로 약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약사회 발전의 로드맵이 필요한 때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필요한 예산사용을 줄이고 보다 많은 부분들이 약사회원과 국민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사법도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들어있다며 약국가의 현실과 시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천 회장의 슬하에는 6남매가 있다. 그런데 6남매 모두가 제각기 악기를 다룰 수 있어 ‘6남매 음악대’를 창단했다고 한다. 이 가족 음악대는 노숙인, 장애인, 독거노인 등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음악을 켜며 봉사한다.

이러한 6남매의 아름다운 향연이 만들어내는 희망처럼 이병천 회장이 약사회의 희망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