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평강상록수약국 조영인 약사(서울대 제약학과·80학번)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계정 박사(서울대 제약학과·80학번)를 추천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한 유명 영화감독은 어느 날 TV에 출연해 ‘아직도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음을 토로한바 있다.

그런데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꿈을 간직한, 여전히 미래를 꿈꾸는 멋진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시해야하는 연구원으로서 말이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신계정 박사에게서 그의 꿈과 국산 신약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신약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대학을 졸업한 이래 줄곧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해온 신계정 박사는 현재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케모인포매틱스연구단의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금은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 드는 생명과학분야, 그 중에서도 신약개발 연구에 몰두하는 그가 약이라는 것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은 듯한 오케스트라에 신약개발을 비유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는 것 같아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유기적인 협동연구체제가 갖춰져야 해요. 약물 디자인, 화학물 합성, 약효검색, 동물실험 등이 바로 그것이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연구원들의 협동을 통해 탄생한 신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잘 어우러져 최상의 하모니를 들려준 오케스트라가 생각납니다.”

● 제약산업과 함께한 20년
한국 제약 산업은 짧은 시간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룩해왔다. 신 박사는 국산 신약이 존재하지 않던 80년대부터 KIST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해, 최초로 국산 신약을 개발하던 과기부의 G7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산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많은 순간을 제약 산업과 함께해왔다.

이미 국내에서는 14호 국산 신약이 나오고 그중 몇몇 품목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내는 대형품목으로 성장했지만 신계정 박사는 여전히 한국 제약산업이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신약개발은 원리·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때문에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반도체와 같은 응용과학을 중시하고 있어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먼저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그는 “국내 많은 제약 관계자들이 FTA가 체결되면 국산신약의 개발이 저조한 제약회사는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약개발은 고급인력과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또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신약개발에 착수한다고 해서 성공가능하다는 보장도 없고, 단기간에 성공할 수도 없어요. 무엇보다 자본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하지만 먼 장래를 위해서는 제약사에서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것이 제약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점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국내산 글로벌 신약은 ‘영원한 꿈’으로만 남을 것 같이 아득했다고 신계정 박사는 말한다. 하지만 제약사와 연구소의 기술 발달 및 수준 향상으로 이 일이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실현가능해졌다.

“정년퇴임하기 전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제 오랜 꿈입니다.”

최근 그가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는 치매와 통증 등을 치료하는 ‘뇌질환 치료제’이다.

“아직까진 치매의 원인 물질을 완전히 치료해 줄 수 있는 ‘치매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치매로 인해 떨어진 인지능력을 높여주고, 치매의 발달을 더디게 해주는 약만이 개발 됐을 뿐이죠. 이처럼 뇌질환 치료제의 경우, 연구와 개발이 더딘 편입니다. 또 아직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우리나라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특히 좁은 편이죠. 이 때문에 뇌질환 치료제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꿈꾸는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연구원이자 과학도인 그의 모습에서 국내산 글로벌 신약의 꿈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임을 확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