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주현 약사(효성여대 ·경기도 의왕시 우성 메디컬 약국)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이정수 약사(효성여대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를 추천했다. 이들은 대학시절 같은 과 동기로 처음 만나 우정을 쌓았다.

 

개국가에서 바라본 이정수 약사(효성여대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는 ‘불청객’이다. 이 약사는 약국가의 불법형태를 적발하고 약사사회를 탄탄하게 만드는 조절자 역할을 하는 보건소 소속 공직약사이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에서 발표한 ‘2008 회원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현재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사는 약 2만8천여 명. 이 중 이 약사가 진출해 있는 공직은 90명으로 전체 0.3%, 그 중 보건소 근무자는 62명으로 전체 0.2%에 불과하다.

보건소 진료 조제 업무에, 마약류 관리 · 감독, 기타 행정적인 부분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의 업무를 소화하고 관료조직 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도 적응해야 하는 공직약사의 길을 그는 왜 택하게 됐을까?

이 약사에게 있어 공직약사는 약사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와 같았다.

병원약사와 근무약사 등 약사로서 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경험해 봤지만 하루종일 약무실에만 얽매여야 하는 환경에서 도무지 ‘내 업(業)’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약사에 지원한 것은 호기에 찬 도전이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약사감시를 하기 위해 약국을 돌 때, 법을 위반한 일부 약사들이 쏟아내는 비아냥은 그의 사기와 가슴속 열정을 꺾는 비수가 됐다.

“약사감시를 나가면 별의 별 소릴 다 들어요. ‘같은 약사끼리 왜 이러냐’, ‘왜 나만 잡냐, 옆 약국도 그렇다.’ ‘다른 약국한테는 뇌물 받고 우리 약국만 잡는다’ 등 회유성 멘트에서부터 협박(?)까지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 참 힘들죠.”

그렇다고 본분을 망각할 수는 없는 법. 그는 보건소 근무 12년차의 베테랑답게 그런 이들에게는 따끔하게 주의를 주고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게 당부도 하며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자 노력한다.

공직약사로서의 업무는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지만 약사로서의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제시해 줬다.

“현장을 돌고 난 후 책상으로 돌아와 업무를 정리 할 때면 정말 약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돼요.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약국 현장에 맞지 않는 탁상 행정은 아닌지, 한 쪽만 고려한 편파적인 것은 아닌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이 예요.

이 약사는 자신이 느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국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공직에 종사하는 약사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는데 있어서 현장을 아는 사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직약사는 그 수가 적은 만큼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현장에 계신 약사님들이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커뮤니케이션 해 나가는 것만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 이런 자신의 신념에 따라 관내에서 열리는 약사회의 행사 및 연수교육 등에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열성인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약사로서 연수교육 등에 참여 했을 때 복약지도, 약국경영 등 개국약사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고.

“외로움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이곳에 남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 하시다고요? 제가 하는 일은 미비하지만 우리 약사들의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명감 때문이라면 대답이 될까요.”

나비가 한 날갯짓에 지구 반대편에는 태풍이 분다는 말이 있다. 이 약사의 이런 바람과 노력이 모여 약사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큰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