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를 천직으로 사는 ‘행복한 사람’

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정현수 약사(영남약대 00학번·서울시 성북구 참약국)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박선관 약사(동덕약대 92학번·서울시 성북구 온누리사랑약국)를 추천했다. 정 약사와 박 약사는 성북구약사회를 통해 우정을 쌓고 음악으로 가까워진 각별한 사이다. 

하늘이 내려준 타고난 직분을 우리는 ‘천직’이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자신의 천직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약사라는 직능이 천직인 사람이 있다. 설사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하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리 느끼게 하는 천직을 가진 행복한 사람, 박선관 약사를 만났다.

소아과 처방이 많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터라 그의 약국엔 유독 어린 환자들이 많다. 칭얼대고 떼를 쓰는 환자부터 정리해 놓기 무섭게 약상자를 흐트러뜨리는 아이들이 그의 주고객이다.

인상한번 쓸법하지만 외려 아이들을 돌아보는 그의 눈빛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장난스런 물음에 정성스레 대답해 주고, 혼자 온 아이들에겐 꼼꼼히 펜으로 써가며 복약지도도 잊지 않는다.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소아조제인 만큼 늘상 바쁜 하루이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의 인사에 눈까지 마주쳐 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그를 보노라면 문뜩 다정한 유치원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박 약사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느긋해진다. 약국의 분주함 속에서도 그의 행동과 말투가 자칫 평화롭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이 평화로워 보이는 약국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02년 개국한 이래 그의 약국은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루는 한 남자가 칼을 들고 약국에 난입했어요. 그뿐이겠어요? 가끔은 우리약국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약을 가지고와 돈으로 환불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겪을 때 마다 당황스럽죠. 그때의 그 기분들을 어떻게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칼을 들고 약국에 들어왔다니 듣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다행히 감시 카메라 덕분에 큰 위기는 모면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고개가 절로 저어질 법하다. 그렇게 모진 시간들을 이겨내고 그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지도 어언 7년이 지났다.

이런 상황들을 겪고, 갖가지 환자들을 만나면서도 그의 환자 사랑은 각별하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내용을 배우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 때문에 좋은 강좌가 생길 때면 밤늦은 시간도 마다하지 않는 그다. 그런데 최근에는 강의를 찾아다니는 일이 부쩍 줄었다고 토로한다.

“밤늦게까지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한두시가 훌쩍 넘기도 하는데, 몸이 피곤하면 다음날 어떻게든 환자들에게 표출되더라고요. 모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꾸욱 참고 있어요”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것도 그가 환자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배움을 즐기고 환자를 아끼며, 자신의 직능에 성실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그에게 약사는 정말 천직이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환자들을 위한 약사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약사는 꾸밈과 거짓이 없어야 해요. 괜한 장삿속으로 환자들에게 거짓장사를 하면 안돼요. 자신의 직능에 충실해야 자신의 직능을 사랑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나를 보고 약국을 찾아오는 ‘내 환자’를 더 많이 만들 겁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약장사’가 아닌 ‘약사’로서 말입니다”

신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