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평반의 인생, 보람으로 살죠”

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김순옥(이대약대 72학번·아란약국) 약사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조원숙(동덕약대 70학번 · 영진약국) 약사를 추천했다. 김 약사와 조 약사는 8년전 강남구약사회에서 처음 만나 친목 모임인 ‘개나리회’에서 오랜 우정을 나누고 있다.

혹자는 약사를 칭할 때 우스갯소리 조금 보태 ‘4평반의 인생을 사는 사람’ 이라 표현 한다.

‘약국’이란 한정된 공간에서만 업무를 수행해야 되는 조금은 고단한 상황을 빗댄 말이기도 하지만 약사만이 가질 수 있는 ‘조제실’이란 고유 영역에 대한 애착심이 담겨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조원숙 약사(동덕약대 70학번 · 영진약국)는 몇평 남짓한 조제실에서 환자에게 알맞은 맞춤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하는 즐거움이 28년간 한 곳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이라 믿는다.

“뭐든 빠른게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 할 거예요. 좁은 공간에서 한가지 일에 몰두하며 환자들의 투약 경과를 기다린다는 것을... 약의 효과가 나타나 환자가 다시 약국을 찾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번 효과를 본 이들은 결국 내 사람이 되죠.”

조 약사가 주로 많이 취급하는 것은 과립형 한약이다.

한포기의 풀뿌리가 정제로 만들어져 아픈 이들에게 효과를 주는게 그의 마음을 끌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걸 선호하지 않지만 한약, 특히 생약에 관해서는 열성적이다. 지금은 한국약사 고방연구회에서 활동하며 한약에 대한 내공을 쌓고 있다.

“한약은 일종의 마약 같아요. 알면 알수록 그 재미에 빠져들죠. 특히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인거 같아요. 내가 공부하고 연구한 임상지식을 통해 환자를 고치면 그것이 곧 능력이 되죠.” 조 약사는 한 알의 생약을 다루는 것에도 철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양방이 증상에 대해 일률적이라면 한방은 ‘한열허실’에 따라 처방이 다릅니다. 한 가지 병증에 있어서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접근방법이 다양해지죠. 그래서 환자를 파악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 약사는 이런 완고한 생각에 따라 환자가 직접 오지 않으면 생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또 어떤 약을 처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이나 가족들에게 투약, 검증하는 것도 그 만의 생약처방 노하우다.

28년이나 한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해온 만큼 조 약사를 찾는 환자들은 단골이 많다. 특히 어린 꼬마 환자가 어른이 돼 자신의 2세를 데리고 약국을 찾았을 때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어느덧 이순(耳順)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 그에게는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사실 제 꿈은 미대에 진학하는 것이었어요. 집안의 반대가 심해 약대에 들어갔죠. 다행히 생약을 다루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이렇게 약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습니다.(웃음)”<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