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외길 25년의 연구파 약사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김원묵 상진상사 전무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제품연구실장 안병락 박사를 추천했다. 김 전무와 안 박사는 서울대 약대 78학번 동기로 처음 만나 30년 동안 우정을 쌓고 있다. 김 전무는 안 박사를 가리켜 국내 신약 연구 개발의 선구자라 칭했다.


안병락(유한양행 제품연구 실장, 이사)박사는 서울대 약대 석사를 마치고 1984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제품연구실에 입사, 지금까지 단 한번의 외도(?)없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반복된 연구원의 일상이 지겨울 법도 하건만 안 박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항상 즐겁게 연구하자가 제 신조입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끝없는 인내와 자신과의 싸움을 요구하는 연구원의 삶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약제학을 전공한 안 박사는 처음부터 제품연구에 뜻을 뒀다.

개발된 신약의 제형과 투여량, 체내 대사 등을 점검하고 약의 시판을 좌우하는 전임상단계의 연구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거대품목 중 하나인 항궤양 치료제 레바넥스도 그의 손을 거쳤다.
안 박사가 담당했던 부분은 레바넥스의 체내동태대사.

체내로 투여된 레바넥스가 어떤 경로로 흡수되고 배설되는지 밝혀내는게 임무였다.

약물의 체내대사를 정확히 파악해야 제품 시판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당시 국내 연구시설로는 부족한게 많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했던가. 안 박사는 일본 오스카 제약으로 떠난 연수에서 레바넥스 화합물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여 체내동태대사를 관찰해 볼 기회를 얻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아직도 그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그의 집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레바넥스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 박사는 연구원의 가장 큰 덕목을 열정과 즐거움으로 꼽았다.“티끌만한 오차로 연구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죠. 결국 연구는 끝없는 인내와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죠.”

정신없이 달려온 25여년의 시간을 말해주듯 안 박사의 명함에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제품연구실장, 이사, 약학박사’ 등 3개의 직책이 표기돼 있다.

안 박사는 “이제 더 이상 밤새 실험실에서 연구 데이터를 기다리는 일은 없지만 명함 속에 늘어난 직책만큼 제품연구팀 전체를 살피고 역량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어 어깨는 더 무겁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개량신약, 천연물신약,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 연구개발에 전력투구 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경쟁은 굉장히 치열합니다. 이젠 연구에도 스피드라는 항목이 더 추가됐죠.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 분야로 많이와 선진 제약사로 가는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