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65)감은사 삼층석탑, 문무왕 숨결 어리다 |
|
아름다운 우리의 탑을 찾아서 ④
지난 호까지 우리는 백제와 신라가 각각 중국에서 전래된 목조탑과 벽돌탑을 새로운 재료인 ‘돌’로써 재현하려는 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 탑의 典形은 이처럼 중국에서 전래된 탑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재료로 재창조하려는 부단한 노력 속에서 탄생됐다.
이를테면 최초의 석탑인 미륵사지탑과 그 뒤를 이은 정림사지탑, 그리고 비슷한 무렵 신라에서 만들어진 분황사모전석탑의 전통이 삼국통일로 인해 서로 절충되고 조화돼 마침내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적인 형태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하는 감은사지3층석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감은사지는 그 유명한 문무왕 해중릉이 있는 감포 바닷가가 아련히 바라 보이는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용당산 자락의 높직한 언덕에 펼쳐진 옛 절터다. 이 감은사지를 포함, 감포 바다 언저리에 있는 이견대, 문무왕 해중릉 등은 경주에 왔을 때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유적들이다.
흔히 감은사는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제 아버지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로 알려져 있으나 절을 착공한 것은 문무왕 자신이었다. 삼국통일의 위업은 이루었지만 나라 땅 곳곳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섬멸하지 못하고 죽게 된 것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죽어서도 龍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킬 것을 서원하고 그 원을 이루기 위한 願刹로 감은사를 착공했던 것이다.
현재 이 절은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3층 탑 2기만 남고 나머지 전각은 모두 소실된 절터로만 남아있다. 주춧돌만 남아있는 건물지 등으로 유추해 볼 때 감은사는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두개의 탑과 법당, 강당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른바 ‘남북선상의 쌍탑식 가람배치’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 양식은 법당 앞에 한기의 탑을 두는 ‘일탑식 가람배치’ 양식에 이어 나타난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가람배치 양식이다. 다만 죽어서 용이 되었을 문무왕을 기리는 의미에서 법당 밑으로 구멍을 내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그 물을 따라 용이 들어와 노닐도록 했다는 것이다. 법당에 용이 들어왔으니 법당을 ‘龍堂’이라 했을 것이고 그 흔적은 龍堂山, 龍堂里와 같은 지명의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형이 너무나 달라진데다 발굴해 놓은 건물터의 흔적도 완전한 것은 아니어서 전문가가 아니면 당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기가 어렵다.
이 감은사지에서 가장 분명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허허로운 절터에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2기의 삼층탑이다. 날카로운 철제 刹柱를 곧추 세우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이 웅장한 탑은 우리나라 불탑의 계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금쪽같은 유적이다. 목탑의 양식과 전탑의 양식을 혼합하며 부단히 시험을 거듭하던 신라의 장인들은 마침내 통일의 영주 문무왕의 원찰에 세워질 탑에서 화강암이라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재료로 새로운 탑의 형태와 양식을 창조하기에 이른다.
2층의 높직한 기단 위에 목조탑의 기둥을 축약한 것으로 보이는 우주隅柱와 탱주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탑신塔身, 기와지붕의 모서리를 연상케 하는 옥개屋蓋의 우아한 반전, 5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옥개받침 등 신라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무왕은 감은사를 세우면서 호국의 염원을 담고 있는 거찰답게 요즘으로 치면 ‘신공법’을 사용한 새로운 형식의 탑을 유례없이 우람하고 당당한 규모로 세웠던 것이다.
어쨌든 이후에 만들어진 신라탑은 규모에 있어서만 조금씩 차이가 날 뿐 대체적으로 감은사탑에서 확립된 양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감은사탑이야말로 우리나라 석탑의 진정한 출발점을 이루고 있는 탑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경주에 가면 경주 중심가에 있는 계림,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 혹은 불국사와 석굴암 등 유명한 유적만 둘러보는 것으로 경주 여행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감은사를 비롯한 동해구의 유적들을 빼놓았다면 결코 완전한 경주 여행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경주 여행의 대미는 위대한 통일의 영주 문무왕의 숨결이 어린 감은사와 그의 해중릉이 있는 감포 바닷가에서 장식하는 것이 옳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