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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53)만세루 가득, 소박한 ‘부처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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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07  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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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②

봉정사가 자리잡은 천등산은 높지는 않으나 참 아늑하고 예쁜 산이다. 봉정사로 향해 난 다소 가파른 길을 조금만 오르면 곧 땅이 평평해지며 절의 영역임을 알리는 일주문이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중 사찰이 그러하듯 절 입구까지는 운치 있는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과 같은 꽃피는 계절이라면 이름모를 야생화의 고운 자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 봉정사 절집은 계단으로 이어진 높은 언덕 위에서 방문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절의 입구는 만세루라는 전위누각이 대신하고 있어 누각 밑을 통과해야 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만세루라는 현판이 붙은 전위 누각의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흡사 하회에 있는 병산서원의 누각 ‘만대루’를 보는 듯 누각은 절집의 그것이 아닌 민가나 서원의 누각처럼 수수하고 소박한 자태에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다. 사찰 특유의 장엄이 거의 엿보이지 않는 매우 이색적인 누각이다. 게다가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도 거의 다듬지 않은 넓적한 돌을 층층이 쌓아올렸다. 그래서 절 안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름 높은 절집에 왔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 만세루야 말로 봉정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이다. 정면이 5칸이나 되는 널찍하고 시원한 누각 마루에 올라서면 천등산의 서정적인 정경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으므로 신발을 벗고 그 마루에 올라 앉아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감으면 즉시 참선에 드는 셈이 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직 바람 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속세의 먼지가 속절없이 떨어져나가는 것만 같다. 만세루는 문루의 역할 이외에도 木魚와 雲版 法鼓 등 불교의 의식에 쓰이는 용구들이 걸려있는 高樓의 기능까지 해내고 있다.

만세루에서 앞쪽 산을 향해 풍경을 완상하다 이번에는 뒤로 돌아보자. 그러면 자그마한 절 봉정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만세루 바로 맞은편으로 법당인 대웅전이 버티고 서 있고 그 양옆으로 요사채가 있다. 법당 앞에 탑만 없을 뿐 남북으로 법당과 남문이 일직선으로 마주하고 있는 전형적인 古式가람배치이다. 그런데 잠시 눈을 왼편으로 돌리니 뜻밖에도 비슷한 구조의 가람이 옆으로 또 하나가 있다. 그 영역에도 법당이 있을뿐더러 법당 앞에는 탑까지 서 있다. 양 옆에 고금당과 화엄강당이 마주보고 있어 이건 영락없는 남북선상의 1탑식 배치이다. 이를테면 화엄강당이라는 건물을 기준으로 한 절에 두개의 독립된 영역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 셈이다.

첫 번째 영역의 本殿이 대웅전이라면 옆에 이어진 두 번째 영역의 본전은 그 유명한 ‘극락전’이다. 현재의 가람배치상 봉정사의 법당은 ‘대웅전’이지만 정작 법당 앞에 서 있어야 할 석탑이 극락전 앞에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는 극락전을 법당으로 삼고 삼층탑과 요사채를 갖춘 작은 절이었는데 후대에 보다 크고 잘 지은 대웅전으로 법당이 바뀐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제 이쯤해서 봉정사가 자랑하는 금쪽같은 문화재들을 찬찬히 살펴볼 차례다. 당연히 가장 핵심적인 건물인 대웅전 앞으로 향해보자.
보물 제55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넙적한 잡석들로 쌓아올린 높직한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로 지은 팔작지붕 건축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가 있는 이른바 ‘多包式’ 건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법당이 마땅히 지녀야 할 화려한 장엄을 모두 갖추고 있는 건물이다. 양식으로 보아 조선초기의 건물로 추정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법당 앞으로 민간가옥에서나 볼 수 있는 난간을 두른 툇마루가 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난간은 하회마을 곳곳에 있는 옛 양반가옥에 들어서면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부처님을 모시는 지엄한 법당에 민간가옥의 툇마루를 설치한 것은 이 봉정사 대웅전이 유일한 사례다. 이를테면 봉정사의 대웅전은 불전양식과 민간가옥의 양식이 결합된 매우 독특한 건물인 것이다.

앞서 살펴본 만세루의 민가형 양식과 함께 대웅전에서 보이는 민간가옥과의 절충형 양식은 장중한 부처의 위엄보다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불심을 느끼게 하는 봉정사 특유의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언젠가 언급한 바 있듯이 ‘大雄殿’은 여러 부처 중에서도 석가모니 부처를 봉안한 건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봉정사의 대웅전에도 석가모니 부처가 봉안돼 있다. 석가모니 부처가 문을 열면 중앙에 석가모니불이 있고 양 옆에 석가의 수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협시하고 있다. 보통 협시상으로는 불상이나 보살상이 조영되는데 제자가 협시하고 있는 점도 독특한 면모다.

글/서조(여행작가)

(사진출처 : 문화재청)<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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