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신문
생활문화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52)천등산 껴안은 고요와 평안의 古寺
약국신문  |  master@pharm21.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7.04.30  16:52:0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안동 봉정사 ①

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부처님은 말없이/웃으시는데//西域 萬里 길/눈부신 노을 아래/모란이 진다.

조지훈의 유명한 시 ‘古寺’에 그려진 山中 절집의 풍경은 이미 마음속에서 그림이 된다. 화사한 봄날 오후,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고요한 산사에 이미 반쯤은 들어선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 이렇듯 아름다우면서도 고요한 절집을 찾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름 깨나 알려진 유명한 절들은 휴일이면 관광 인파로 넘쳐나 ‘고오운 상좌 아이’를 잠들게 한 기막힌 고요는 그야말로 시나 그림에서나 찾아봐야 할 전설에 가깝다. 어쩌면 오늘날의 많은 절집들은 번뇌 많은 사바세계의 俗人들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山寺의 ‘깊은 고요’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품격을 갖춘 당당한 名刹이면서도 산사 본래의 고요함과 청결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절집은 없는 것일까? 필자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나마 자신 있게 추천하는 사찰이 바로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천등산 봉정사이다.

필자는 이제까지 봉정사를 세 번 찾았다. 맨 처음 찾은 때는 20년도 더 전이었던 대학교 3학년 시절 정기 답사 때였고, 두 번째는 십여 년 전 잡지사 기자로서 취재를 왔을 때, 그리고 세 번 째는 지난해 가을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가 옛 추억을 더듬어 한 번 더 들른 것이 그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산중의 사찰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절이 이쯤의 세월을 두고 다시 찾으면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적지 아니 실망감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봉정사만은 그 오랜 세월의 흐름과 세태의 변화 속에서도 그 고아한 옛 자태를 거의 변함없이 간직해 온 흔치 않은 사찰이다.

필자는 아직도 10여 년 전 이른 봄, 취재차 이 절엘 들렀을 때의 그 기막힌 고요와 평안을 잊을 수 없다. 뉘엿뉘엿 저무는 봄 햇살을 가득 안은 고색창연한 건물, 카메라 셔터 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그 절절한 정적...

몇 년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의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봉정사에도 들렀다고 한다. 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하회마을에 온 김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봉정사는 다른 유명한 절에 비해 인적이 번거롭지 않은 곳이다.

봉정사는 전체 殿閣 수가 10여채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사찰이지만, 이들 전각들은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고건축사에 묵직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쟁쟁한 국보급 문화재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극락전’이다. 뒤에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봉정사의 극락전은 그 유명한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보다도 더 먼저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진 건축물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작은 절 전체가 소중한 국보급 문화재인 셈이다.

본격저인 답사에 앞서 잠시 봉정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들을 정리해 보자. 봉정사는 삼국통일 직전인 서기 672년, 신라 문무왕 12년 당대의 명승이었던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 이름의 내력 등 창건에 얽힌 사연을 담은 다음과 같은 창건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사찰이 소재한 산은 천등산이라는 낮은 산인데, 본시 이 산은 대망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능인대사가 젊었을 때 이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중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하였다. 그 뒤 더욱 수행을 하던 능인스님이 종이로 봉황을 접어 도력을 써서 멀리 날리니 봉황이 이곳에 와서 머물렀다고 한다. 능인 스님은 이 자리에 절을 세우고 봉황이 머문 곳이라 하여 봉황새 봉(鳳)자에 머무를 정(停)자를 따서 봉정사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이후 봉정사는 약 6차례에 걸쳐 주요 전각들을 중수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작은 사찰이어서인지 손상되기 쉬운 목조건물이 그 어느 사찰보다도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큰 자랑이다. 주요 문화재로는 앞서 잠깐 이야기한 국보 제15호인 극락전을 비롯, 보물 제55인 대웅전, 보물 제 448호인 화엄강당, 보물 제449호인 고금당 등이 있다. 그밖의 건물들도 거의가 지방문화재급이다.

현재의 행정구역상의 주소로 봉정사는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봉정사가 안겨있는 천등산은 深山의 풍모는 지니고 있지 않으나 봉황이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산세가 마음을 사로잡는 산이다. 산 초입을 들어서면 단출한 일주문이 사찰의 영역임을 알린다. 아름다운 봉정사로 오르는 길이다.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약국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터뷰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약국프랜차이즈 위드팜 창립자 박정관 부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조제전문약국’을 컨셉으로 ...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은 ‘국가비상사태’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은 ‘국가비상사태’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존경받는 국가리더다. 최문순지사의 책 추천사를 ...
가장 많이 본 뉴스
1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2
서울시약 '자중지란', "한동주 회장 물러나야"
3
차바이오텍 '퇴행성디스크 세포치료제', 첫 임상 성공
4
치매진단의약품 비자밀주사액 국내 관심 고조
5
삼진제약, ‘웰리시스' 투자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7225)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8길 5(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 2층)  |  대표전화 : 02)2636-5727  |  팩스 : 02)2634-7097
제호 : 파마시뉴스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172  |  등록일자 : 2006.2.13  |  발행일자 : 1993.2.22
발행인 : 이관치  |  사장·편집인·주간 : 이상우  |  청소년 보호책임자 : 이상우
Copyright © 2011 약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cw1994@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