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서울대 치대 김홍희 교수(서울대 약대 86학번)가 신동인 변리사(서울대 약대 82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약학박사 출신의 신 변리사는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해 특허출원은 물론 대학 강의와 논문 작성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천연물 개발 심사기준 개정한 변리사

“한국 의약계의 살길은 바로 천연물 신약 개발입니다”

동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신동인 변리사는 우리나라 제약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생식물을 바탕으로 한 천연물신약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제약사의 신약 특허 기간이 만료되길 기다렸다 개량하거나 복제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제품을 카피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비용과 시간을 가늠하기 힘든 신약 개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연구 기간이 짧고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천연물신약으로 가야죠”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천연약물화학 석ㆍ박사를 취득한 신 변리사의 천연물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94년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특허청에서 약품화학과 심사관으로 있을 때부터 계속돼왔다.
“99년 심사기준 간사를 맡아서 미비했던 천연물에 관한 부분의 내용과 기준을 보강했습니다. 그 후 천연물 신약 특허가 활성화 됐기 때문에 그때 개정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 같습니다”

얼마 전 천연물 신약 스티렌의 성공으로 국내 제약사의 개발 방향이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신 변리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천연물 신약은 국내 시장 위주로 특정 상품에 집중돼 있어요. 제약사들이 인삼, 우황청심원 경쟁에서 못 벗어나니까 과당경쟁,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다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제품이 한정돼 있으니 외국 수출에서도 일본, 중국에 밀린 상황이고 그나마 버티는 제품도 비싸서 외면하는 실정이지요. 해외 천연물 신약 세미나에 참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천연물에 대한 전통도 있고 토대, 경험, 처방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어요. 문제는 그것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죠. 제약사, 연구기관들이 눈 앞의 돈을 위해 특정품목에 치우치지 말고 자생식물을 개발해서 스스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합니다”

신 변리사는 잘나가던 특허청에서 나와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일하게 됐고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개업했다.
“처음에는 고객이 없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전공이 약학이기 때문에 인정해주시는 교수들 덕분에 교수들의 연구 특허를 많이 하게 됐어요. 제가 전공에 대해 잘 아니까 유리한 면이 많았고요. 교수들은 학문은 뛰어나지만 법이나 사회경험이 없어서 실수하고 손해 보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오래 공부한 사람으로서 교수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변리사들이 상당량의 소개비를 받고 제약사와 교수를 연결시켜 주지만 신 변리사는 교수들의 사정과 연구 성과의 가치를 알기에 저가나 무료로 일을 한다.
“특허 낸 연구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업화 되거나 기술로 이전되는 것은 3~5% 정도 밖에 안돼요. 산학 협력단을 적극 활용해 업적 위주의 연구가 아닌 기술 이전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경험 있고 실력 갖춘 변리사나 기술 거래사가 많이 배출돼 국내외 특허나 기술 이전에 이바지 해야겠죠”
또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적절한 대가와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연물 신약 연구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진 신 변리사는 앞으로 마케팅에도 힘쓰고 보다 조직적으로 회사를 키워 연구자들의 성과를 인정받게 하고 제품, 기술 등 실질적인 성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동안 대학, 연구소에서 강의한 천연물에 관한 내용과 논문, 기고들을 모아 서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