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경희대 치대 이현우 교수(강원대 약대 82학번)가 유학생활 동료인 김홍희 교수(서울대 약대 86)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 교수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더 좋은 연구 결과를 통해 후배들을 이끌기를 바라고 있다.

세포생물학 연구 한 우물 파는 약학자

얼마 전 한 과학자에 의해 스핑고신 1-포스페이트라는 지질이 파골세포를 조절한다는 사실이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과학자가 바로 서울대 치과대학 김홍희 교수이다. 인체의 뼈는 조골세포로 인해 새로 만들어지고 파골세포가 파괴하는 과정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때 파골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골다공증 같은 질병이 유발되는 것.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대 치대에서 연구 당시 여성의 폐경 이후 활성이 급격히 증가해 골다공증을 유발시키는 파골세포를 형성 및 활성화하는 티즈(TIZ)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또, 면역력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만 알려진 MIG단백질이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이같은 여러 성과로 상도 받고 유명 학술지에 논문도 실렸다. 하지만 자신의 성과에 신중하고 겸손해했다.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르는 게 세포이고 과학입니다. 바이오 사이언스는 단계적으로 어느 시기에 와 있다고 뚜렷하게 말하기 힘들어요. 예전에 암도 20년 후 정복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것은 당시 암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죠. 허황된 얘기를 하기보다 그저 꾸준히 연구해나가야지요”
현재 김 교수는 파골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단백질이 증가, 감소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 단백질을 찾아내면 뼈가 파괴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생물학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낸 김 교수는 약대출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 후 제일제당 품질관리 분야에서 일했지만 공부가 더 하고 싶어 90년 미국 아이오아 대학에서 약리학을 전공했다.
“약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세포 안에서 어떤 기전을 통해 약이 반응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즉 세포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세포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세포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기초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선거죠”

김 교수는 약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선배처럼 후배들도 다양한 길을 가기를 바랐다.
“약대 출신은 로비력이 세다는 농담이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선배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이죠. 약학을 전공하면 생물 계열로 진출하기가 유리합니다. 또, 요즘 학문 간 영역이 없어지고 더욱 밀접해지고 있어요. 분야 간의 융합 내지는 포함하는 게 중요한데 약학은 여러 분야를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장점을 살려 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전통을 후배들이 이어줬으면 해요”

목표했던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학술지에 연구결과가 발표 됐을 때도 기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교수는 현재 연구 때문에 강의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 5~10년 후에는 강의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학생들이 처음 연구실 실험실에 올 때는 학문의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석사, 박사를 거치는 동안 틀이 잡혀가는 것을 보면 참 보람을 느낍니다. 또 선배로서 지금 제가 연구를 열심히 하고 수준 높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 앞으로 이 길을 가려는 후배들의 앞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음악을 좋아해 연구로 지칠 때는 자주 음악을 듣는 김홍희 교수. 그의 연구실 한 켠에는 클래식, 재즈 CD들이 가득 차있다. 김 교수는 몸이 건강해야 오래도록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보고 최근 요가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