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리병도 약사가 강원대학교 동기인 이현우 교수(강원대 82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자신이 속한 학교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이 교수의 연구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여년간 세포 내 약물기전 연구 골수파

이현우 교수의 연구인생은 마라톤과 닮았다. 42.195km를 오직 결승선을 위해 달려가는 마라톤처럼 이 교수는 세포 내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한 의문 하나로 20여 년 동안 달려왔다.
“강원대 약학대학 시절 체내에서 약물이 어떤 작용 과정을 거쳐 질병이 치유되는 지 궁금했었습니다. 약물에 의해서 표면적으로 큰 반응들이 나타나는데 어떻게 그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포 내에서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변화나 세포 내 신호전달 방식, 세포가 자라고 죽는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연구해온 것입니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근본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면역이 이루어지는 지에 관한 것.
그 궁금증을 알아내기 위해 88년 대학원에 입학, 91년 미국 앨라배마 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5년 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로부터 2000년까지 예일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s)생활과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최초의 궁금증을 알고자 했다.

이같은 이 교수의 오랜 노력은 2000년 3월에서 2004년 3월까지 울산의대 면역제어연구센터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하나 둘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우수연구센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울산대 면역제어연구센터에서 9~10년의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세부과제로 세포내에서 면역 역할을 밝히는 작업을 했었죠”

결국 이 교수는 면역 림프구인 T세포가 4-1BB라는 단백질 자극에 의해 항암작용이 촉진되다는 것을 규명했다. 즉, 4-1BB 단백질이 특이 신호전달과정을 통해 세포주기진행을 증가시켜 많은 양의 림프구가 형성되고 생존을 연장한다는 것.

그 후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교수의 소개로 경희대로 옮겨 여전히 세포 내 기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요즘에는 선천성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기전인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속해 있는 치대에서는 뼈와 관련돼 있는 분야이고요. 이 연구를 통해서 학생과 학교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를 이룩해 온 이 교수도 최근 과학자로서, 인간으로서 개인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너무 미진하고 무지하다는 생각에 지금까지의 연구에 회의가 듭니다. 밝혀지지 않은 무수한 것들에 비해 인간의 시간과 능력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에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교수의 이런 마음은 교수로서 후학 교육에 힘쓰고자 하는 열정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더 뛰어난 후배와 제자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더 앞서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을 읽고 과학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은 임상가이지만 기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의문과 정체성을 갖고 탐구하는 과학자로서의 태도를 갖도록 지도하고 싶습니다”
“또, 조금 더 여건이 된다면 맞춤의학을 선도하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체질에 따라 개개인에 맞는 의학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게 되죠”

등산과 마라톤이 취미인 이 교수는 현재 치대 산악부 지도교수이다. 담배를 끊고 살이 찌자 시작했던 마라톤에서 자신의 기록을 단축시키지 못할 때마다 능력의 한계를 다시금 느낀다는 그는 2003년 첫 완주 이후 10번이나 완주를 했다.
대학 때 생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금껏 연구를 해왔던 이 교수는 이제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도전하는 마라톤처럼 자기반성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힘을 발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