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천문호 약사가 건약 7기 회장인 리병도 약사(강원대 82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오랜 기간 사회활동을 해온 리 약사는 최근 보건의료연합에서 공공의 의료보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의료보장 확보에 힘쓰는 전 健藥회장

삼성동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리병도 약사는 돈 대신 시간을 번다. 동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약사들보다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국ㆍ내외 의료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한다.

리 약사의 사회활동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89년 대학졸업 후 대웅제약에 입사하면서 그의 시간은 직장 생활과 사회활동으로 나눠진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와 ‘천주교 도시 빈민’에서 도시빈민자와 노동자들의 건강, 생활 보장을 위해 힘썼다.

시대가 변했지만 리 약사는 지금도 편하게 살지 않는다. 건약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 보건의료연합에서 보건, 의료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에서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나라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의료보험은 누구도 소외, 차별 받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제도라 생각해요. 이것을 민영화한다면 최소의 의료보장마저 유지되지 못할 것입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 사회적 차원에서 책임을 다해야합니다”

사회적 변화를 고스란히 겪으며 20년 가까이 복지 평등에 힘쓴 리 약사는 평등한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완전히 이룰 수 없다며 앞으로 계속해나갈 것이고 또, 후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약분업이 실패냐 성공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그 제도로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의약분업은 의료제도를 바꾸는 과정이지 종착지가 아니에요. 앞으로 3차 의료기관을 늘리고, 재택의료를 가능케 하고, 만성병상을 확보한 요양기관 수도 늘려야합니다”
시민단체의 힘이 강력해 우리나라가 시끄럽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대해서 리 약사는 “저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 쪽이 비대해져 사회가 기형적 형태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이죠. 소수가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신념을 피력했다.

과거와 달리 시민사회단체도 세계화 경향을 띠게 되면서 리 약사도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리 약사는 인도, 브라질, 케냐 등지에서 열리는 세계포럼에 참석하면서 빈민국의 복지 실태를 접하고 열악한 상황에 놀랐다고 한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아직 국민 복지가 미비한 실정입니다. 치료약이 있어도 돈이 없어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에이즈, 말라리아, 수면병 등 빈민 국가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소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는 치료약 개발을 피하고 있고요. 그래서 세계포럼에서는 이들의 의료,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펀드를 조성했는데 저희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리 약사의 열정적인 활동은 약국을 동업하기에 가능했다. 97년부터 동업을 해온 리 약사는 한약, 건기식, 화장품 등을 동업 약사와 분담한 후 각자의 분야에 관한 강의를 듣고 정보를 수집한 후 그것을 교환한다. 또, 사입과 결제 담당도 나누니 근무부담이 줄었다.
“약국에 몰입할수록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절제하기 위해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입 목표치만 높이지 않는다면 동업하는 것이 좋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데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더 귀중하지 않나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리 약사는 개국 약사들이 여행, 봉사활동, 등산이라도 지금 시작하라고 권한다. 또, 시간과 노력, 재물을 자기만을 위해 쓴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니 자신의 것을 일정 부분 할애해 타인에게 베푸는 것도 자신을 풍성하게 하는 일이라고.

최근 민주노동당 중앙대의원으로 활동하는 리 약사는 대선을 위한 보건의료 분야 관련 정책과 공약준비도 하고 있어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향해 돌진하는 리 약사에게 자전거를 타고 송파동 집에서 출발해 탄천을 따라 삼성동 약국까지 오는 40분의 출퇴근 시간이 유일한 개인 시간이다.

김민정 기자(bykmj@naver.com)<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