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류재창 약사가 충남대 약대 후배인 천문호 약사(충남대 84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천 약사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으로 약국과 사회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장 두번째 맡아

“약국은 사회 속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공간이 아닌 국민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관이죠. 그러므로 사회와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약국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 회장이자 영등포 도림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천문호 약사는 사회인으로서 약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약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합니다. 약국 안에서 외부와 격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를 만나면서 약사는 사회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는 거죠”

그가 건약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약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예전과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약사의 위치에서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죠. 그것은 바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국민 복지 향상과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건약을 과격한 집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천 약사는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지난해 건약이 주장해온 포지티브리스트 제도가 반영됐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약사들도 전문가로서, 직업인으로서 이익 증대가 아닌 가치 실현을 위해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가치 실현을 위해 천약사는 사회 활동은 물론이고 내부적으로 자기 개발과 약국 경영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통적 방식으로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국도 전략적으로 경영해야 합니다. 자신의 약국에 오는 손님들을 파악해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다른 약국과 차별화해야죠. 화장품, 건기식 등 아직 개념이 부족하고 인프라 구축도 어렵지만 약국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천 약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급해 하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약국경영 활성화 역시 사회적 필요성이나 영향력을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약사의 숙명이라는 것.
“전문가로서 권위를 내세운다면 배타적으로 되고 돈만 번다면 추악할 뿐이죠. 또, 약국경영 활성화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합니다.”

천 약사는 수익과 안정 때문에 최근 약학과에 가는 사람이 많아진 반면 약사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없는 대학 체계에 안타까워했다.
“약대 과정을 통해선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배울 수 없습니다. 사회가 오직 경제 논리로만 돌아가니 대학도 거기에 맞춰질 수밖에요. 그러다보니 약사들은 사회에서 리스크가 오면 회피하려 합니다. 사회성은 결여된 채 자신이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 담합 같은 추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런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고 걱정하면서도 천 약사는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천 약사에게 있어 삶과 건약 활동, 약국은 한 덩어리이다. 공간만 다를 뿐 약사와 약국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행동하고 고민하는 것은 같다는 얘기다. 회장직을 맡고 있어 취미생활을 할 수도 없다는 그는 앞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김민정 기자(by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