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윤인호 약사가 경기도 시흥에서 새소망약국을 운영하는 홍성원 약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중대 2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숙명약대와 중대약대의 연합동아리인 ‘약수회’에서 처음 만났다. 1965년 결성된 약수회는 현재까지 회원 수가 6백여명에 달하며 OB회원들도 꾸준히 무의촌 봉사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분업 시대 약국의 이상적인 모습이란 토털헬스케어 중심의 단골약국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단골약국이란 단어에 확실한 정의가 없듯이 이를 구현하기도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홍 약사의 약국은 평범한 개국약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단골약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홍 약사는 의약분업 원년인 지난 2000년 경기도 시흥시의 조그만 변두리 마을에 약국을 개국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3~40분 거리지만 주변이 논밭과 저수지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변두리 마을이다. 홍 약사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이 곳에 자리잡게 된 것은 제약회사 근무 시절 알고 지내던 한 의사의 추천 때문. 북적거리는 대형약국은 영 체질이 아닌터라 조용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이 곳이 유난히 홍 약사의 마음을 끌었다.

“단골손님이요? 거의 100%가 단골손님이죠. 그 중 대다수가 노인과 유소아 환자입니다. 지역적 특성상 여기서는 환자와 개인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가능해요. 정신질환처럼 가족에게도 알리기 힘든 비밀들을 제 앞에선 술술 털어놓곤 한답니다.”

환자의 상당수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장기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홍 약사는 영양요법에 초점을 맞춘 복약지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기본적인 건강상식 마저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건강을 해치는 환자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음식부터 생활습관까지 건강관리요령을 꼼꼼이 설명하고, 때로는 종이에 적어 드리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토털헬스케어죠.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중복투약 등 의외로 심각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비용도 문제지만 환자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하면 무조건 정형외과에 가야하는 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환자들을 바르게 이끄는 일이 단골약국의 몫입니다. 건강상담에 2~30분씩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의사는 없으니 말이죠.”

이처럼 환자를 대하는 홍 약사의 성실한 자세는 의외의 보람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가벼운 위장질환인줄 알았던 40대 여성환자가 조기 암 진단을 받고 치료 끝에 완치될 수 있었던 것도 홍 약사의 꼼꼼한 상담 덕분이었다. 홍 약사처럼 자신도 나중에 약사가 되고 싶다는 중학생 손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약사상을 심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고.

단골들 때문에 좀처럼 약국을 비우기 어려운 그이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임상영양학을 공부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정헌 약사가 운영하는 임상영양학회 세미나를 주로 듣는데 1년에 30주, 70시간 이상의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국약사가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롭게 출범하는 약사회 집행부에서는 자신처럼 공부에 목이 마른 개국약사들을 위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연수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진 윤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