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케팅에 더 큰 관심 쏟아야"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한국로슈 최인화 부장이 이대 약대 82학번 동기인 파맥스 송명림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송명림 사장은 인문학, 이학, 예술 분야에 각각 학위를 갖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6년 이대 약대 졸업 후 홍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 캔사스 유니버시티에서는 미술사학(Art history & Criticism)을 공부했다. 예사롭지 않은 경력이지만 정작 본인은 “적성과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한다.

귀국 후 한국 MSD 창립 멤버로 일하던 송 사장은 1997년 파맥스를 설립하면서 당시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의약 마케팅 리서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약사 5명이 조촐하게 시작한 사업이었죠.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비즈니스 타입에 매력을 느꼈어요.”

송 사장이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개국이나 제약회사 근무 말고도 약사가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미국 생활에서 깨달았다.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 사장에게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시장은 매력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업 초기엔 제약사의 신약 런칭을 위한 시장조사 업무에 주력했지만 점차 보폭을 넓혀 메디칼 커뮤니케이션 분야까지 진출한 끝에 지금은 정규직 25명과 의사,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전문직으로 구성된 파트타이머 25명을 거느린 당당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제약시장 관련 리서치 기업의 국제적 모임인 ‘PBIRG’에 국내 최초로 가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헬스케어를 바탕으로 업계, 미디어, 학계, 일반인을 연결하는 토털 솔루션미디어를 구축하는 것이 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요즘 송 사장은 자신의 다양한 전공과 예술적 감성을 접목시켜 제약업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문화예술사업을 후원하는 메세나 운동을 한독약품, MSD 등과 진행 중인데 ‘영화가 사랑한 의학’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비뇨기적 표현’ 등 독특한 테마를 직접 제안하고 연출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메세나’는 문화예술, 스포츠에 대한 원조나 공익사업 등 기업의 지원활동을 총칭하는 문화 마케팅의 하나로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 외에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의사나 약사들은 다른 직능에 비해 문화예술을 접하는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의사와 약사를 고객으로 하는 제약기업 CEO들이 문화예술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준비된 CEO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 시절 미국 최대의 코치 양성 기관인 코치 유니버시티에서 기업코치 자격증까지 따 두었다는 그녀에게 도전불가능한 성역이란 없는 듯 하다.

앞으로 다가올 헬스케어 시장의 엄청난 변화마저 송 사장에게는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질 뿐이다.

“원래 그랬어요. 남들이 이미 개척해놓은 분야에는 관심이 안 가더라구요. 늘 가지않은 길을 선택하지만 최선을 다 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