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정연심 이사가 서울약대 선배인 한국노바티스 김희경 상무에게 바통을 넘겼다.

허가등록 전문 다국적 제약통
“회사 뿐 아니라 개인도 주변의 변화에 발 맞춰 나갈 수 있는 자기 개발 노력이 필요해요.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예전보다 치열해진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졸업 후 존슨앤존슨을 시작으로 다국적 제약사 여러 곳을 거쳐 현재 한국노바티스에서 신제품 허가등록 및 보험가격 산정을 총괄하고 있는 김희경 상무(서울약대 82학번)에겐 ‘평생공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노바티스의 신제품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서 제품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허가 등록 규정, 임상 데이터, 법 관련 사항까지 꼼꼼히 분석해야 하는 그로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최근 신약 약물 경제성 평가를 담당하게 되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상무는 쏟아지는 업무와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현재의 일에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허가등록 및 가격산정 업무는 새로운 계열을 약을 발굴할 수 있어 매력적이죠. 최근 제품 파이프라인을 누구보다도 먼저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신제품 런칭을 이끌어 냈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제품 하나 하나가 자식 같다는 김 상무는 특히 주변사람과 관계되거나 환자가 많지 않은 약을 런칭 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바티스에서 현재 15개 정도의 제품 등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 MDS(골이형성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철중독증 약은 특히 애착이 갑니다.”

MDS 환자들은 수혈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철이 몸에 쌓이게 된다. 철을 주기적으로 빼주지 않으면 몸에 쌓여 철중독증에 걸리게 되고, 이는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철을 제거해주는 주사제가 있긴 하지만 매일 10~12시간을 꽂고 있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죠. 새로 발매 예정인 약은 경구투여제로 환자들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상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국내에서 발매되는 신제품 허가등록에 더욱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같은 병이었던 아버지 때문이기도 하다.

“90년대엔 주사제조차 없었어요. 아버지처럼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요. 환자가 별로 없는 약은 개발이 안 되는 편이라 치료제가 없어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으니까요.”

김 상무는 지난 생각으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이내 쾌활하고 씩씩한 그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밝고 긍정적이던 첫인상처럼 그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우선 이번 허가등록 과정을 빠른 기간 안에 마무리해 환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김 상무에게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이에게 느낄 수 있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 나온다.

김 상무는 “후배들도 열정과 끈기를 갖고 자기 개발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려면 무엇보다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을 많이 뽑는 부서이다 보니 인터뷰 할 때가 많은데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요. 회사에서 어떤 역할로 경험을 쌓고,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기 보단 받을 것만 요구하는 모습을 종종 보거든요. 젊은이답게 열정을 갖고 활기찬 모습으로 비전을 찾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