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풀

겨울 들판에 마른 풀들이 산발을 한 채
바람에 언살을 비비며 몸부림질을 한다
제국을 향해 싸우는 비폭력주의자들 같이
어깨 스크럼을 짜고 이리저리 무더기로 달려가고 오면서
때론 이유 없이 깃발을흔드는 양
강가에 뼈만 앙상한
풀 그림자를 드리우고 쓰러져 있는 이름 모를 풀들아
세상 뜨거운 욕망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옷을 벗고 유혹할지라도
작은 뿌리 하나로 땅바닥을 굳게 딛고서
머리칼만 한 번 흩날려 주면 되지
증오가 한 번씩 사랑으로 바뀔 때마다
칼을 세우고 방향제 같은 관계들을 쓰윽 잘라내고 말테야
겨울풀들이 속삭인다
불쌍한 겨우사리 동안에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눈부신
겨울 풀들이 일어선다.

<글,사진 : (주)유유 이창봉 광고홍보부장><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