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병원약국 현실 가슴 아파”

지난호 릴레이인터뷰 주인공인 인하대병원 조래정 약사가 원광대 약대 2년 후배인 황보영 과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졸업 후 병원약사의 인연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병원약사회 활동을 함께 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병원약국 근무경력만 19년인 중견 관리자, 황보영 과장은 요즘 약대생 실습을 지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해마다 방학시즌이면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새파란 청춘들과 어우러지는 2주간은 지루한 일상 속에 큰 활력소가 아닐 수 없다. 강동성심병원 약제과는 덕성여대, 숙명여대, 중앙대 등과 협력해 4명씩 2주과정의 병원약국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TDM, TPN 등 학교에서는 접해보기 힘든 임상업무를 체험해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병원약국이 이런 곳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죠. 약대생 실습을 지도하다 보면 선배인 우리 병원약사들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답니다.”

학생들은 실습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낯선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설계한다. 병원약사 입장에서도 후배들을 지도하며 자신의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족한 인프라와 제도적 뒷받침은 현장에서 실습과정을 관리하는 황 과장에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약대 6년제 시대에 실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겠죠. 그러나 가장 주도적으로 실습을 진행해야 할 병원약국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력에서부터 시설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각 병원의 재량에 맞기기엔 한계가 너무 많죠. 정부나 대한약사회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병원이 정식으로 실습계약을 맺는 등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과 교육과정에 대한 매뉴얼화도 시급하죠.”

대학 졸업 후 결혼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강동성심병원에 둥지를 튼 황 과장은 선임자가
갑작스레 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입사 6년 만에 과장 직함을 달았다. 당시 의약정보실에 근무하며 한참 임상업무에 맛을 들일 때라 갑작스레 관리자가 된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다고. 현재 강동성심병원 약제과에는 정규약사 13명과 야간약사 4명, 약무보조 7명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적지 않은 인원을 이끄느라 힘이 들지만 관리자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도 남다르다.

“리더십에 대해 많이 배웠죠. 의약분업 이후 한창 트레이닝된 약사들이 병원을 빠져나갈 때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어요. 부하직원들이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갖고 비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리자의 역량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

부하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황 과장이 시도한 방법은 병원약사만이 할 수 있는 특수임상업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서비스하는 것이다. 특히 와파린 복용 환자들을 대상으로 질환과 약물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실시하는 ACS(Anti-Coagulation Service : 항응고약물 복약지도)는 신경과, 내과 등 각 진료부서에서 앞다퉈 요청해 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록 업무량은 늘어났지만 단순한 조제업무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유효한 약물치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약제과의 팀웍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까마득한 부하직원도 과장에게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약제과의 가장 큰 자랑이다.

얼마 전 황 과장은 남편과 두 아이를 베트남 호치민으로 유학차 떠나 보내고 기러기 엄마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일과 공부에 유난히 욕심이 많아 외로울 겨를이 없다. 미국 팜디학위 취득을 목표로 영어공부에도 남달리 열심이다.

“임상약사로서 더 많은 실력과 내공을 쌓고 싶어요. 먼 훗날에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