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분당서울대병원 남궁형욱 약사가 인하대병원 약제부에 근무하는 조래정 약사(원광대 약대 84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두 사람은 의약분업 직후 병원 약사 조제료가 삭감되면서 진행된 각종 집회에서 만나 '병약모'에서 활동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조래정 약사는 본인의 병원약사 진출이 우연히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대학 졸업 후 (주)세모에서 제약사업부에 몸담으며 7년 동안 생산·개발은 물론 표소가, 의보 연구 등 다방면에 걸친 업무를 진행하다 퇴사 후 당연히 개국 또는 약국 근무약사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 신규 개설되는 병원이 아니면 경력자를 받지 않는 것이 병원약국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우연히 난 공고에 지원을 했는데 그것이 조 약사의 현 근무처인 인하대병원이었다.

“남자 약사들이 병원 약국으로 진출하기를 꺼려하는데 그건 선입견 때문”이라고 말하는 조래정 약사는 “종합병원의 경우 많은 약사들과 함께 조직생활을 할 수 있는 등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약제부에 여전히 남자 약사의 비율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열정을 지니고 있다면 문제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조 약사는 병원 약제부에서도 유독 힘든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 조래정 약사는 “약제부에서 보통 야간 근무·투약구 상담·주사제 혼합을 3D라고 해서 꺼리지만 병원에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6년동안 주사제를 비롯 TPN 조제를 주로 했던 조 약사는 현재는 의약정보실에서 의약품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항암제를 매일 조제하면서 몸에 무리가 따랐기 때문. 2년여를 의약정보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곧 조제 업무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조래정 약사는 의약정보실 업무에 대해 “월급을 받아가면서 공부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 새로 랜딩되는 약을 기존의 약과 비교 검토하기 위해 논문 등의 자료를 뒤져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쌓게 된단다. 또 업무 이외에도 병원약사회에서 주관하는 특수연구회(SIG)의 세미나 활동도 지식에 대한 열망을 해소하는 장치이다. 병원약사의 교육시스템이 월등히 잘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병원약사회에서의 활동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 해소는 물론 현재 하고 있는 일에도 많은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의약품 식별표시 의무화로 지금은 업무가 수월하지만 이전에는 식별자가 없어 혼동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는 조 약사는 “이는 병원약사들이 식별자를 제공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의 의사, 약사, 간호사는 물론 환자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조 약사의 몫이다. 또 모든 퇴원하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복약지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병원에서 진행된 항암제 ‘타세바’를 비롯한 20여가지 의약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관리하는 제품은 뇌졸중치료제인 ‘프로페스’로 환자에게 맞는 약의 정확한 투여와 함께 약물상호작용 등을 관찰하고 있다.

병원 사내에서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조 약사는 “지난해에는 5km, 올해는 10km를 완주하고 42.195km는 아직은 까마득하지만 몇 년이 걸리더라도 꼭 뛰어보고 싶다”며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대한 소망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