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삼육대 약학과 임동술 교수가 대학후배인 송영천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무관리 UM에게 바통을 넘겼다.

병원약국에서 남자약사가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송영천 약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울아산병원 약제부에 근무하는 70여명 중 전공약사 1명을 제외하면 그가 유일한 남성이다. 몇 안 되는 동성으로 마음이 잘 통했던 김정태 약사가 동서신의학병원 약제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최근 그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졌다.

“사무치게 외로울 때요. 물론 가끔 있죠. 하지만 여자가 많은 조직에 있다고 해서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약사사회에서 우먼파워가 커지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고 남자약사들도 안고가야 하는 부분이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만 있으면 남녀비율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송 약사는 직장생활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에 남자로서는 처음 입학해 매스컴까지 탔었고, 오는 8월에는 모교인 삼육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직장인으로, 학생으로, 한 집안의 가장역할까지 몸이 서너개여도 모자랄 듯한 그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야를 공부하고 싶단다.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죠. 펠로우십도 욕심이 나고 기회가 되면 MBA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면 잠 잘 시간 조차 부족하지만 욕심이 많아서인지 몸이 고단할수록 더 신명이 나더라구요.”

송 약사는 약대 졸업 후 제약사와 약국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다가 1993년 지금의 직장인 서울아산병원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삼성의료원 손기호ㆍ서울아산병원 조영환 부장 등 선배들은 “병원약사는 배고픈 직업”이라며 잔뜩 겁을 주었지만 비좁은 약국에 갇혀 있는게 체질에 맞지 않았던 송 약사에게 병원약사는 최적의 직업이었다. 수입은 많지 않지만 지금의 일에 더없이 만족하며 14년이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우선순위가 남보다 조금 달랐기 때문이리라.

“조직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요. ‘약사’라는 프리미엄을 떼고 나와는 전혀 다른 지식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발가벗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하죠. 후배나 동료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내가 가진 열정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

서울아산병원 약제팀에서 그는 약품정보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중소병원 약제부에서는 다소 생소할 법한데 특히 약품사용정책이나 약물경제성 평가 등은 송 약사가 남다른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약물경제성 평가란 약물치료비용과 약물 및 약제서비스의 결과가 환자 개개인이나 의료기관 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병원약사회에서도 약제정보의 한 파트로 다루어 왔는데 최근 그 중요성을 인식해 별도의 특수연구회를 조직했다. 송 약사는 팀장으로 약물경제성 평가 특수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약물경제성 평가는 약물요법의 가치와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학문입니다. 향후 병원약제업무에도 활용 가능성이 무한한데 국내에서는 연구 기반이 취약하죠. 직장생활에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병원약사의 약무행정도 아카데미 수준으로 끌어올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