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지향’새 패러다임 개발해야 미래 열려

철저한 경영마인드 없이는 구멍가게 하나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약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일선 개국약사들의 한결같은 푸념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자와 전문인, 좀처럼 병행하기 힘든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약사들은 갈 곳을 잃고, 약국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약계에선 드물게 경영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해 온 약국경영연구소 김동주 소장이 올해에는 ‘학술지식경영’을 모토로 들고 나왔다. 학술임상지식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곧 경영이라는 주장인데, 약사들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경영과 접목하겠다는 취지가 일단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실 김동주 소장만큼 약국경영의 흥망성쇠를 다양하게 경험해 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의약분업과 함께 약업계에 투신한 이래 6년여 동안 김 소장은 잘 되는 약국과 안 되는 약국, 그 원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 결과 얻은 진리가 처방전에만 올인하는 안이한 방법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이제는 약의 지식, 즉 건강을 판매하는 마케팅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약사의 가치가 떨어지면 고객은 약국을 떠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자를 이기는데 집중하는 대신 고객과 약사 스스로를 위한 가치도약을 이뤄 새로운 비경쟁시장의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경쟁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김 소장은 약사가 가진 탁월한 학술임상지식에 경영지식을 합하면 엄청난 가치가 생긴다는 사실을 약사 스스로가 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개국가는 물론 약사회, 제약회사, 도매상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산성 향상의 열쇠를 찾기 위한 약사회 차원의 적극적 노력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식을 열심히 학습하지만 판매성과로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이 단적인 예죠. 올 설 대목에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선물은 갈비가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약국이 학술지식이 떨어져 건강기능식품 판매유통업계에서 꼴찌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만 바꿔서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 김 소장은 약국경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럭스토어형 약국에도 전문지식경영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의 과거형 드럭스토어를 무턱대고 벤치마킹하는 낡은 유통방법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마치 후진국에서 우리나라의 한물간 슈퍼마켓 유통을 새로운 전략인양 벤치마킹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김 소장의 눈에 비친 많은 약국들이 실제로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현 시대의 새 패러다임은 전문화입니다. 약사들이 약국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거금을 투자하여 드럭스토어를 해보지만 별로 매출이 신통치 않은 것은 약국의 특징을 깨닫지 못하고 경영하기 때문입니다. “

김동주 소장은 올해부터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약사의 형편과 능력에 맞게 개국을 도와주는 맞춤 개국컨설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잘못 개국된 약국을 고쳐주는 체인지 팜 컨설팅과 동영상교육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자신이 주창하는 학술지식경영을 개국약사가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김 소장이 개발한 약국경영연구소의 개국 인큐베이트 시스템은 입지타당성 분석, 현장 컨설팅, 기능성 인테리어와 레이아웃 코칭 등을 통해 개국준비약사들이 가장 안정적인 조건에서 약국을 오픈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모든 약사가 CEO화 될 때 까지’김 소장의 머리 속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 끊임없이 솟아날 모양이다.

“새로운 시대에서 성공의 필수요건은 창조성입니다. 개국을 준비하는 약사들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개국을 해야 하고, 개국을 잘못한 약사들은 지체하지 말고 지식전문약국으로 바꿔야 합니다. 21C에는 고객지향적인 약국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사진 윤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