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7년째, 처방만 쳐다보는 '매임의 시대' 마감할 때

'시작'이라는 말과 이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병술년 새해를 맞아 온누리약국체인 박영순 회장의 역삼동 집무실을 찾았다.

耳順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늘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분주한 박 회장은 얼마전부터 제주도 한 자락에 커다란 다원을 꾸미느라 한 달의 절반은 그 곳에서 보낸다고 한다. 지금 심어서 녹차를 수확하려면 최소한 5년이 걸리는 기나긴 작업이다. 덕분에 적지않은 나이에 자꾸 새로운 일만 벌여놓으면 어쩌냐는 핀잔도 듣곤 한다고. 그러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스피노자의 마음처럼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하다는 박영순 회장에게 새해를 맞아 약국가에 전하는 메시지를 청해 보았다.

"의약분업이 시작된지도 어느덧 7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약국의 방향 설정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약사들은 느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처방조제에만 매달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처방조제에 의존하는 약국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남에게 종속된 경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인근 의원이 잘 되면 당장은 수입이 괜찮겠지만 경쟁약국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마음고생을 할테고, 의원이 안 되면 말 그대로 같이 망할 수 밖에 없죠. 약국만의 살 길, 우리의 블루오션을 찾아야 합니다."

박 회장은 2006년 약국의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힌트를 고령화 사회에서 찾았다. 급격한 고령화와 수명연장의 시대, 경제적 풍요와 소비권력을 지닌 노인층이 증가하면서 건강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는 맞춤형 약국이 바로 박 회장이 제시하는 약국의 블루오션이다.

"앞으로 약국의 주 고객은 퇴행성·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될 것입니다. 세포노화로 인한 갱년기 장애, 퇴행성 골관절질환, 고혈압,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과 퇴행성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인구의 반을 차지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죠. 바야흐로 '여유있는 노인들의 시대'가 시작된 셈입니다. '과연 우리 약국은 고령화 노인들을 위해 건강을 상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노화를 지연시킬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건강관련기구, 식생활과 건강생활을 위한 정보를 준비하고 있는가?' 자문해볼 때입니다."

박 회장은 노인환자를 위한 맞춤약국으로 변신하기 위해 질환과 약에 대한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꾸준한 학습과 1차적인 상담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인인구를 건강하게 해주는 전문가,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기술자(Knowledge worker)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정한 단골을 한 명 확보하면 그는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 나의 고객이 됩니다. 그만큼의 신뢰를 주려면 철저한 준비와 학습이 필수죠. 요즘 젊은 약사들은 처방조제에만 관심을 가질 뿐 상담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자신이 없다면 개국약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죠."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약국현장을 떠난지 오래지만 아직도 '박영순 약사'만을 찾는 골수팬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가족은 물론 친척, 친지들까지 한 무리가 모두 박 회장의 단골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 성실하고 차별화된 상담을 통해 확실한 자기 고객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화 한 통, 클릭 한 번이면 미국 월그린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세계 50억 인구가 모두 우리의 경쟁상대가 된 셈이죠. 약사 여러분, 꿈을 크게 갖고 세계와 경쟁하세요. 블루오션을 스스로 창조하는 것입니다."


대담 송준산 국장
정리 최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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