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김기주 약사가 같은 송파구 지역의 개국후배인 이재영 약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약사는 동덕약대 9년 선배로 평소에 존경해 오던 김기주 약사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이재영 약사는 동업약국 예찬론자다. 여약사 세 명이 힘을 모아 만만치 않은 규모의 약국 두 곳을 꾸려가고 있다. 사실 건강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동업약국이 이처럼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는 이 약사 자신도 상상하지 못 했다.

"허리수술로 건강이 악화돼 혼자 경영하던 약국을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든 상황이었어요. 아픈 몸으로 하루 10시간 이상을 약국에 메여있기란 불가능했으니까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약국을 그만 두라고 권유할 정도였죠. 고육지책으로 약사인 올케와 올케의 친구가 합류해 동업약국을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세 사람의 동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때마침 IMF 위기가 찾아온데다 혼자 벌던 것을 셋이 나누어 쓰려니 수입이 줄어 금전적인 부담도 컸다. 무엇보다 주변에 동업 성공사례나 뚜렷한 역할모델이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그러나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세 명이 나누어한다는 것에 적응이 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약국은 눈부신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 약사는 이제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동업을 권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인 동업 시스템을 창조한 주인공이 됐다.

이들의 동업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 약사는 세 사람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성격이나 연령대, 출신학교 등이 제각각이어서 오히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컸다는 것이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꼼꼼한 이 약사가 환자상담과 복약지도에 전념하는 반면 나머지 두 사람이 대외적 업무를 관장하는 등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3~40평 규모의 약국을 혼자서 경영한다는건 어려운 일이죠. 특히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이 많이 궁금해 해요. 리더십도 별로 없고 내성적인 성격인 제가 어떻게 이런 약국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 말이죠."

이 약사는 동업을 시작한 이후로 주 3회 교대 근무를 고수하고 있다. 가정주부이자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하루종일 약국에 메여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약사는 함께 일하는 두 명의 든든한 조력자 덕분에 충분한 개인시간을 갖고, 가정과 일 두 가지를 충실히 해낼 수 있었다며 거듭 '동업 예찬론'을 펼쳐 놓는다.

"의약분업 시대에 약국은 어느 정도의 규모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대형 이상의 약국을 혼자서 경영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죠. 그럴 땐 동업약국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