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이순현 약사가 중앙 약사심의위원회 시절 인연을 맺은 전미희 박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의약품 부작용 보고는 약사의 의무”

전미희 박사(성균관대 약대 76학번)는 지난 93년부터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생약·천연물화학 등에 관심이 높았던 전미희 약사는 은행나무에 존재하는 ginkoolides 식물 조직 배양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특허 출원과 식물계통의 유명 저널인 Plant cell reports에 실리기도 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전미희 박사는 지난 93년부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사후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93년부터 항생제를 비롯한 160여개 약효군 1만6천여 품목의 재평가를 진행했으며, 오는 2007년까지는 지난 92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차 재평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전 박사가 의약품 재평가 작업 중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항생제 부분. 워낙 종류가 많고 항생제 오남용을 막자는 국가적 관심 때문인지 이 작업에만 2년의 시간을 들였다. 올해는 비타민제와 자양강장변질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의약품 재평가는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효능·효과, 용법·용량 및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재확인하는 제도로 외국에서 허가 당시와 다른 점, 자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 의사·약사·환자 등의 부작용 사례 보고를 통해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새로이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전 박사는 설명했다. 또 신약의 경우 시판을 하면서 다수의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로 4년∼6년 동안의 사례를 수집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전미희 박사는 정부 차원의 2차 재평가가 끝나는 2007년 이후부터는 외국의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에서15년이 걸렸던 과정을 단축하는 연구에 몰두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1년마다 annual report 제출, 유럽과 일본의 경우 5년마다 허가갱신(re-newal) 및 재평가(re-evaluation)작업이 이뤄지므로 이를 참조해 국내 모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박사는 “의약품 사후관리의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바이옥스가 문제를 일으키자 머크사에서 자체적으로 사후관리에 나섰던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최근의 케토코나졸·테르페나딘 사고와 PPA 의약품이 지난해 파동이후에도 국내에서 계속 사용된 것은 의사·약사·제약회사 모두의 책임”이라며 전문가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전 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부작용 보고 사례가 많고 체계화되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례가 적고 보고를 꺼리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의약품 부작용 사례 보고는 의·약사가 당연히 해야 할 전문 직능인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의대와 약대의 교과목에 부작용 모니터링 등의 내용을 실어 전문가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미희 박사는 “의약품 사후 관리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사후관리센터 신설 등을 통해 의약품 적정사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