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친절로 노인환자의 친근한 벗

요즘 김영식 약사는 서울시약사회에서 전개하는 동일조제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약국의 최대 골칫거리인 재고약 부담을 덜어보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 또한 군약사회 부회장을 오랫동안 맡아온지라 임원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 활동이란게 별건가요. 위에서 하자는대로 잘 따라주면 되죠. 그래서 요즘은 조금 번거롭더라도 가급적 동일성분의 다른 약으로 바꿔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환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더 좋은 일이구요.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네요. 마땅히 대체할 약이 없는 경우도 많고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사후통보 조항이라도 없앤다면 좋으련만...”

역시 문제는 의사들의 잦은 처방변경이다. 심지어 인근에 있는 의원마저 2~3개월에 한번씩 처방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 고가약이어서 일일이 구입하기도 불가능하다. 김 약사의 얼굴을 보려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노인 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때가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김 약사는 1982년부터 20여년이 넘게 경기도 포천군에서 약국을 했다. 분업 이전만 해도 농촌에서 약국을 한다는 것은 짭잘한 수입은 물론 남다른 운치와 보람마저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분업과 함께 찾아온 경영난을 견디지 못 해 살 길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3년전 서울 우이동에 둥지를 튼 지금의 약국은 20평 남짓한 공간이 한약과 일반약, 가정상비약, 동물약과 각종 건강관련제품 등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다.

이 곳에서 김 약사는 남다른 친절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거동이 불편한 팔순노인을 소중한 아기 다루듯 하고, 부채를 두고 간 것 같다며 되돌아온 환자에게는 서슴없이 새 부채 하나를 건넨다. 친절에 대한 답례로 장바구니에서 바나나 한뭉치를 꺼내 김 약사에게 쥐어주는 아주머니 고객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 염색약 포장까지 뜯어가며 손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김 약사를 보고 있으면 바쁜 시간에 저렇게 여유를 부려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이드신 환자분들을 보면 꼭 부모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불편하고 편찮으실지 살피다보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죠. 덕분에 노인환자들에게는 제법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관리약사가 따로 있지만 드링크 한 병을 사러온 환자라도 반드시 직접 맞이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 약사의 약국에서는 활기찬, 또 다정한 대화들이 끊이지 않는다.

“성심성의껏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면 손님들은 반드시 약국을 다시 찾게 되더라구요. 그것이 일선 약국에서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