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은 분업시대 이상적 모델”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서울대 약대 김규원 교수가 대학 동기 후배인 김춘수ㆍ신진용ㆍ박상욱 약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춘수ㆍ박상욱ㆍ신진용 약사는 서울약대 제약학과 출신으로 현재 인천시 계양구에서 동업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김춘수ㆍ박상욱 약사가 72학번이고 신진용 약사는 한 학번 아래로 세 사람은 ROTC 14기와 15기로 보병장교로 복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사람이 동업약국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의약분업이었다. 의약분업을 앞두고 기존 약국과 다른 형태의 약국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느끼면서. 의약분업이 임박한 시기 먼저 인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김춘수 약사가 현재의 자리를 동업약국 자리로 제안했고 박상욱 약사와 신진용 약사가 의기투합하면서 동업 약국을 시작했다. 한독약품에서 학술부와 마케팅직 등을 거쳐 명문제약 이사까지 골고루 경험한 김 약사의 판단이었기에 박 약사와 신 약사도 흔쾌히 따를 수 있었다.

의사들의 파업 등으로 의약분업의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던 초창기였지만 세 사람은 약국이 잘 안되더라도 좋은 지리적 여건 등으로 큰 손실은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춘수 약사의 안목이 적중했는지 초기 의원이 한곳에 불과하던 건물에 다른 의원들이 계속 입주하면서 메디칼 빌딩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세 사람은 업무를 나누는 등 의약분업에 적응해 나갔다. 김춘수 약사가 대외협력을 맡으면서 대표 약사를, 박상욱 약사는 직원 관리 등 내부적인 일을, 신진용 약사는 약품 구입과 재고 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다.

의약분업이라는 새 틀에서 동업약국을 시작한 세 사람은 약국의 형태를 처방ㆍ조제에 맞는 시스템으로 변화시켜갔다. 분업 전 한약과 일반약 등 각각 다른 형태의 약국을 운영했지만 분업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약장 하나,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공들이던 세 사람은 다른 층보다 상대적으로 천장이 높은 공간의 장점을 살려 두 개의 다락방으로 나눠 한 곳은 의약품 창고, 다른 한 곳은 응접실 겸 회의실로 꾸며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김춘수 약사는 “큰 욕심만 가지지 않는다면 동업약국은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약국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분업 후 규모의 약국을 운영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시작한 동업약국이지만 현재는 “더불어 같이 살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의 약국”이 된 셈이다. 계절에 따라 약국의 수입이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월급제 등 시스템화된 방식으로 지난 5년간 한번의 다툼도 없었다고.

박상욱 약사는 “나이가 들어서도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약국의 장점”이라면서 “서로 크게 욕심을 갖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게 동업약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