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분야 연구 세계 최고 이룰 것”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오우택 서울약대 교수가 뇌혈관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같은 과의 김규원 교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6년제 도입과 함께 약대의 교육목표를 실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국내 약학 분야의 연구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고 신약개발의 첨병이 될 걸출한 과학자의 탄생을 바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 약대 김규원 교수는 약학인들 입장에선 ‘황우석 교수’가 부럽지 않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김규원 교수는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인자를 규명, 알츠하이머병이나 뇌종양과 같은 뇌혈관 관련 질병 연구와 신약개발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동안 연구업적으로 받은 상만 해도 과학기술부 장관상, 한국과학재단 선정 ‘이달의 과학자상’, 제 1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등 일일이 손꼽기 힘들 정도. 지난 1일에는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 의학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과학자임을 입증했다.
그런 그가 지금의 혈관 연구에 몸담게 된 것은 열악한 연구환경을 감안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 하버드 의대 재직시 암 세포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와 부산대 분자생물학과에 둥지를 트고 보니 환경이며 시설이 열악해 현지에서 하던 연구를 계속 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것이 바로 혈관입니다. 실험재료로는 값싼 달걀을 이용했죠. 그때 사용하던 달걀 부화기가 지금도 실험실에 남아 있습니다.”

마침 이 분야는 해외에서도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던 틈새 시장이었고, 김 교수는 뇌혈관 연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선구자로 각광받게 됐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어려운 환경이 기회로 바뀔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에서 한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 김규원 교수.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별다른 취미도 없고, 남들처럼 재미있게 놀 줄도 모르는 천상 ‘학자’였다. 소일거리라면 학교 근처를 산책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산을 오르는 정도가 전부인데 그나마도 머릿 속은 연구와 관련된 생각들로 가득 차 있기 일쑤라고.

5년전 모교인 서울 약대에 부임한 후로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신약개발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교수가 발견해 낸 혈관신생조절인자들은 혈관신생질환인 악성암, 당뇨병성 망막증, 만성염증 등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 혈관질병의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우리 약학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갈수록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든다지만 열정과 패기로 꿈을 키워나가는 자신의 제자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리 대학의 개별 연구실 연구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30여년전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발전했죠. 기초과학 전공자들의 경제적 상황이나 취업여건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연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기초 과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