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발효홍삼’ 개발
생약발효연구소 金在百 박사

한평생을 같은 일에 정진하면서 무언가 업적을 일궈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더욱이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에 세계적인 업적을 남기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인삼 사포닌의 대사과정을 규명하고 세계 최초로 발효홍삼을 개발, 제품화에 성공한 김재백 박사를 만나기 위해 전북 익산의 생약발효연구소를 찾았다.

김박사는 노익장을 과시라도 하는 듯 실험실 가운을 입고 젊은 연구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생리활성 극대화 시키고 부작용은 최소화
암·당뇨 등 치료 대체의학 새 대안 제시

1965년 ‘경옥고 사건’이 계기
김재백 박사가 사포닌의 대사작용에 의구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연구 규명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6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경옥고 사건’이 계기가 됐다.

1965년 5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장으로 근무하다 원광대 약대가 설립되면서 교수로 부임한 그는 당시 대학재단이 운영하던 원광제약의 경옥고가 가짜시비에 휘말리자 발벗고 나서게 됐다.

그는 학자의 양심과 오기로 당시에는 생소하던 ‘입회실험’을 주장, 관철시켰다. 이에 담당 검사와 보사부 공무원 입회하에 경옥고의 주성분인 인삼을 투입하고 검출하는 실험에서도 지표물질인 RB 1이 검출되지 않자 그는 “경옥고 제조과정중 숙성과정, 즉 발효과정에서 사포닌이 변성되면서 지표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최초로 인삼약효 표준화
김박사는 언젠가는 이를 규명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던중 1986년 국내 한 제약회사와 힘을 합쳐 동경에 종합인삼연구소 ‘일도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김박사가 사포닌의 대사과정 규명에 뜻을 둔지 20년만이었고 그후 또 20여년만에 인삼약효의 표준화와 함께 세계 최초로 ‘발효홍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김재백 박사는 일본 생약발효연구소장 하세가와 박사와 공동으로 유산균의 일종으로 식용미생물인 락토바실루스 카제이(Lactobacillus casei)라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이를 ‘하세가와 균주’라고 명명했다.

그는 “사포닌은 장내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야만 체내에 흡수되고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한국인 10명중 4명은 그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불완전하다”고 밝혔다.

발효홍삼은 ‘하세가와 균주’를 적정 환경에서 배양한 후 이 균주를 이용해 홍삼전체를 발효시킨 것으로써 흡수율을 대폭 개선시켰을뿐 아니라 인삼 복용효과의 개인차를 없애고 양약과 같은 ‘약효의 표준화’를 일궈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김박사는 강조했다.

“대체의학의 새로운 대안”
김박사는 발효홍삼의 특징은 첫째, 흡수율 향상, 둘째, 사포닌 성분만이 아닌 비사포닌 성분 까지 포함된 홍삼 전근을 발효시켜 생리활성을 극대화시킨 점, 셋째,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하지 못했던 단점을 극복한 점, 넷째, 암과 당뇨 등에 임상효과가 인정된 점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작금의 개국가에 대해 “너무 단편적인 지식만 공부하려 든다”고 일침을 놓은후 “홍삼의 대체의학적 활용도는 무궁무진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응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삼을 단순한 보약개념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포닌의 흡수 메카니즘과 생리활성작용 등을 이해하면 대체의학수준으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난치성 만성질환 치료에 유용히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에 대한 약사들의 역할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홍삼의 효능 효과 연구를 계속할것이라는 김재백 박사는 현재 원광대 약대 명예교수와 대산의료재단(익산병원)이사장, 생약발효연구소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준산 기자 / 사진·윤강희 기자

▲1956년 서울대 약대 ▲1971년 동 대학원 약학박사 ▲1956 ~1961년 국립화학연구소 과장 ▲1961~196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장 ▲1965년 원광대 약대 조교수·부교수 ▲1972~1996년 중앙약심 신약위원장 ▲1978년 원광대 약대 학장 ▲1979년 대한약사회 부회장 ▲1989년 원광대 부총장 ▲1992 ~1996년 원광대 의료원장 ▲1997 ~현 원광대 약대 명예교수 ▲1998~1999년 원광대 보건대학장 ▲2001~현 의료법인 대산의료재단 이사장 ▲2003 ~현 생약발효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