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임상약학연구회 안살림 맡은 개국약사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이정언 약사가 현대한방임상약학연구회 활동으로 알고 지내는 양우선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이정언 약사가 이 모임의 회장을, 양우선 약사는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와 광명시의 경계에 위치한 서울 금천구에 양우선 약사의 우정약국이 있다. ‘박미앞’이라는 버스 정류장 골목을 지나 들어선 양우선 약사의 약국. 약국은 약사의 성격을 잘 반영하는 법인데 POP 등이 고객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배치되어 있었다.

이대약대 75학번으로 현대한방임상약학연구회 총무와 동문회 구로·금천지부 총무를 맡고 있는 양우선 약사는 전형적인 동네약국의 여약사이다. 동네주민들이 약국문을 들어설 때부터 자신을 낮추는 것이 그 기본이라는 양 약사. 자신을 낮출 때 비로소 동네주민들과 교우할 수 있게 된다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양 약사는 동네 아주머니와 새로 들어선 식당 이야기를 하고, 때마침 약국문을 들어선 ‘벙어리 아줌마’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우정약국은 분업 전에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부부대상 퀴즈프로그램의 배경장소가 되었을 정도로 주민들과의 유대관계가 돈독했던 것.

한방연구회원들과는 20여년 교우한 그는 모임이 처음에 태동했던 강남지역에서 잠시 약국을 경영하다 86년 이 지역으로 들어와 약국을 경영했다. 그는 “한방연구회원들과는 처음 고방강좌를 함께 수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한방강좌를 섭렵하면서 식견을 넓혀 나갔지만 의약분업 이후부터는 한방강좌보다는 친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82년경부터 활동을 시작한 현대한방임상약학연구회는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회원은 10여명 정도이다.

그는 한약을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 “한약을 공부하면서 추구하는 것은 환자를 편하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제 자신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자기 완성을 위해 계속 정진해 나가는 것 이지요”. 의약분업을 준비하면서 남들처럼 병원 문전약국으로 옮길 것인가를 고민하던 양 약사는 약국 인테리어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약국 입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바로 옆자리로 이동했을 뿐이다. 문전약국에 대한 고민도 했다는 그는 “육아와 함께 약국을 함께 병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깐 동네약국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의 ‘그릇 작음’을 낮춰 말했다.

약사의 대외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처방전이 많지 않은 동네약국 약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총무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양 약사. 그녀는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한마디 질책한다. “분업이 국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고 계속 가야할 길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면 동네약국의 살길도 모색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쌓이는 재고약과 장기처방만으로는 동네약국 약사에게 ‘희망’이 없다며 이번 회장 직선제에 나오는 인사들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양우선 약사가 펼치는 ‘서민론’에는 누구나 다시한번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보다 부동산이나 ‘로또’ 같은 운에 맡기는 세상은 젊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업후 높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약국을 개설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후배 약사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우선 약사는 “동네약국은 없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함께 웃으며 살수 있고 약사가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약국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동네약국과 문전약국이 공존할 수 있는 약업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했다.

의약분업과 함께 우정약국에서의 한약 취급 형태도 변했다. 시간과 노력면에서 힘든 초제 취급대신 환제 취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 현대감각에 맞게 먹기 쉽게 만들고 영양요법을 병행하면서 부인병 등 만성질환을 치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양우선 약사의 약국경영에 대한 욕심은 적다. “약국이 나의 100% 사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전력투구할텐데 육아 등 문제가 걸려있어 못한 것이 아쉽다”는 그는 “그러나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변화를 꾀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희망을 밝힌다. 양우선 약사는 조흥은행에 재직중인 부군 이길범씨와 사이에 4자매를 두고 있다.

박환국 기자
사진·윤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