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약 - 대북시약 우호증진 가교역할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한은경 약사가 중국통인 정걸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정걸 약사는 서울시약사회-대북시약사공회 행사때마다 통역을 통해 양국 약사회간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정걸 약사는 성대약대 73학번으로 최근 수년간 서울시약과 대북시약사공회 상호 방문 때마다 통역역을 자처하고 있다. 이른바 화교3세로 성대화교약사회장을 맡고 있다.

대만 국적을 가지고 있는 정걸 약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화교학교를 졸업했다. 충청남도 공주에서 출생한 그는 생계를 꾸리는데 바빴던 가정 상황으로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는 중국어를 할 줄 몰랐다. 우리말에 익숙해 있던 그의 중국어 학습은 화교 초등학교 유치반에서부터 시작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진학 때마다 공주·서울·인천 지역의 화교학교를 다니며 익숙해진 기숙사 생활 때문인지 생활속에서 규칙 등에 단련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원래 정 약사의 꿈은 변호사나 신문기자의 길을 걷는 것이었지만 당시 상황은 화교에게 사법고시 응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등 ‘장벽’이 존재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현실적으로 선택한 것이 성대 약대 입학이었다.

知人 등을 통해 약사회 관계자들과 중국 사업 관계로 대만과 중국을 드나들었던 그는 6년전 부산에서 약국을 하고 있던 시절 처음으로 서울시약과 대북시약사공회 교류 행사에 통역을 맡아 활동하기 시작했다.

공문 등의 번역과 전화 업무부터 시작해 양국을 방문할 때마다 함께 참여해 통역을 맡는 등 온갖 잡무를 맡으며 양국 약사회의 우호를 다지는데 기여한 정걸 약사가 이 일을 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능력’보다는 ‘성의’가 있어야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양국간 행사에 최소 20∼30명 이상의 인원의 통역을 전담하고 있는 그는 “행사 교류 중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말한다. 통역뿐만 아니라 행사 진행과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양국간 행사때마다 늘 긴장 상태였던 그는 “행사를 진행할 때 비로소 한사람의 따뜻한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31살 때 서울에서 처음으로 약국을 경영했던 정걸 약사는 “주위에서 외국어 능력을 썩히기엔 아깝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85년부터 91년까지는 홍콩에 거점을 두고 중국관련 수출입 사업도 경험했다.

“지금 생각하면 중국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빠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찍 시작했다”고 회고하는 정 약사는 “5∼6년후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더 잘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운 심경을 말했다.

중국 관련 사업을 경험한 그는 이후 공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다가 친구 4명이 힘을 합쳐 부산에서 초대형약국을 운영해본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 시절의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권장할만한 것이 못된다고. “중소형 약국을 운영하다가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게 해준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회상하는 정 약사는 “동업약국 운영은 ‘상부상조’와 ‘시간할애’면에서 서로 의지가 되어 좋지만 그 중 한 두 사람이 신의가 없을 때는 큰 문제를 야기한다”며 동업약국 경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부산에서 운영했던 대형약국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의 약국 경영 철학은 ‘다각화’이다. “약 뿐만 아니라 미용과 건강, 예방 쪽으로 약국이 할 수 있는 부문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오픈매장시 고객이 처음에는 약사의 안내가 필요하지만 재방문부터는 환자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분업 이후 약국경영에서 처방전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인수한 약국을 올해에도 간판과 디스플레이에 변화를 주고 POS 등을 새로 도입한 정 약사는 “약사는 약국에 변화를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품목을 확대할수록 고객의 약국에 대한 시각도 변화된다”고 말한다. 정걸 약사는 양승희 약사와의 사이에 두아들을 두고 있다.

박환국 기자 hwan21@pharmacyok.com
사진·윤강희 기자 khyun@jang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