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의 행보와 앞으로의 청사진

원희목 대약 회장은 ‘취임후 6개월은 회무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워밍업의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제 비로소 가속 페달을 밟을 준비가 완료됐다는 원 회장에게 듣는 지난 6개월간의 행보와 앞으로의 청사진


임기중 거시적 방향성 갖고 시스템 회무 구축할 것

약사는 약에 대한 일체의 책임과 권한 갖는 유일한 전문직능…
약대 6년제 실현은 정체성 확립 위한 우리의 떳떳한 선언…
건강기능식품 활성화, 일선 약사의 적극적인 수용 노력이 성패 좌우

대담·약국신문 유정서 기획위원

元喜睦 대한약사회 회장이 이달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새 집행부의 공과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약사회의 첫 직선 회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과 기대 속에 首長 자리에 오른 리더라는 점에서 그의 크고 작은 행보 하나하나에 보내는 약사사회 안팎의 눈길은 결코 예사로울 수가 없다.

우선 그는 지난 6개월을 한마디로 ‘본격적인 레이스를 앞둔 워밍업 기간’이었다고 정의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추운 겨울날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엔진을 점검하고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산적한 현안들을 꼼꼼히 점검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약사회의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는 데 주력한 기간이었습니다.”

‘시스템 회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원 회장의 회무 추진 방식은 개개인의 노력보다는 단연 시스템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말한 ‘워밍업’도 사실은 회무 추진의 주체가 될 약사회의 내부 조직을 시스템화 했다는 것을 뜻한다.

“약사회의 모든 업무는 내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약사회 조직이 무엇보다도 ‘일하는 시스템’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사의 수를 대폭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고 위원장이라는 직함도 ‘이사’로 고쳐 각자의 업무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부여토록 했습니다. 또한 사무국 조직을 팀제와 연봉제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상당히 큰 폭으로 개편했습니다.”

이를테면 약사회의 조직을 활동성이 더욱 강한 ‘실전형’, 혹은 ‘야전형’으로 새롭게 구축했다는 말이다.

‘시스템’과 아울러 그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그의 표현을 빌자면 ‘거시적인 비전과 방향성’이다. 현안과 업무가 아무리 다양하고 많더라도 일을 통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표와 지향점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안 하나 하나보다 중요한 것은 약사사회가 궁극적으로 가고자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 즉 거시적이고 일관된 방향성입니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흘리는 땀과는 별개의 문제로 우리의 모든 노력은 효율성을 갖기가 어려워집니다.”

그가 말하는 ‘거시적인 방향성’이란 한마디로 ‘약사의 정체성 확립’, 더 슬로건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자랑스런 약사상의 구현’이란 말로 요약된다.

“의약분업과 함께 모든 약이 약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약사의 정체성은 따라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약사의 아이덴티티는 제도에 의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약사의 정체성이란 ‘약에 대한 일체의 책임과 권한과 의무를 가진 유일한 전문직능’이라는 인식을 말합니다. 앞으로 약사사회의 모든 현안들은 약사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거시적이고 일관된 방향성에 기초해서 추진하고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이번에는 약사사회의 시급한 현안들로 말머리를 돌렸다. 우선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약대 6년제’ 문제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떠오른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간 되풀이되어온 해묵은 과제입니다. 현재 이 문제는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되어 검토 중인데, 결론을 짓는 시점이 다소 늦어진 것은 유감이지만, 이 정도까지 진전된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큰 보폭을 내딛은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는 결론짓겠다고 공언한 만큼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교육부 내에서 올해 안으로 연구가 마무리되고 내년 초에 결론을 내려 하반기 쯤이면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약대 6년제 문제가 의외의 암초에 부딪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반발이었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각각 약사들이 교육연한의 연장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넘보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약대의 교육연한을 늘려도 새롭게 추가되고 새롭게 공부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의 영역까지 공부할 겨를이 없습니다. 더 나아가 약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가 구태여 의사나 한의사 흉내를 내야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약사의 정체성에 대한 크나큰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약대 6년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민에게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약사사회의 독립적인 의지이자 노력일 뿐입니다. 이 문제는 역시 약사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거시적 비전에 입각, 가야할 길을 떳떳하게 간다는 자세로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약국 건강기능식품의 활성화 문제도 최근 약사사회에 큰 화두가 되고있는 이슈이다.
최근 대약은 약국 건기식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이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건강기능식품평가센터’를 설립, 건기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평가에 들어가는 한편, 일선 약사들에게 충분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표준교육교재’ 집필진을 구성, 교재집필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그러나 원 회장은 약사회 차원의 지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일선 약사 개개인의 적극적인 수용의지와 노력이라고 말한다.

“건강기능식품의 전문 공간으로 약국이 가장 적합하고 여러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약사 개개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용의지를 보이느냐 하는 점입니다. 건기식 시장은 이미 거대할뿐더러 계속 성장일로에 있으므로 다른 직능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하면 약국이 떠오를 만큼 일반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점차 위축되고 있는 듯한 ‘약국한약’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요청했다. 사실 10여년 전 약사사회를 뒤덮었던 ‘조제권 투쟁’의 열기를 상기한다면 약국한약의 현주소는 사뭇 초라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10여전 전에 있었던 이른바 한약분쟁은 승패의 차원을 떠나 약사의 조제권을 공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약사의 위상을 일반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의미있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투쟁에 앞장선 많은 분들의 노고는 약사회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다만 의약분업 이후 급변하는 약업환경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급한 현안들에 가리워져 다소 위축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약사회 차원의 관심이 식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한의계와의 관계와 같은 좁은 틀을 벗어나 시장개방의 여파와 그에 따른 약국경영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입장입니다. 약국경영특위를 최대한 가동시켜 약국한약에 대한 지원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입니다.”

끝으로 2년 6개월여의 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저는 모든 사안을 ‘약사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거시적인 방향성에 기초를 두고 일관된 방향으로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현안의 선후를 정하고 추진에 완급을 조절하며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나갈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기에 영합하는 의사결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는 회원들에게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혁적 사고’를 주문했다. 사실 ‘개혁과 변화’는 진작부터 원희목 회장을 상징해온 가장 분명한 아이콘이었다. 그는 그 아이콘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변화와 개혁은 멀쩡한 것을 억지로 뜯어고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연히 해야 했던 일, 혹은 하고자 했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변화는 상식이자 순리이기도 합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