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립제 특화’에 성공한 개국약사


지난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윤영배 약사가 성남 영광약국의 최영실 약사를 다음 주자로 추천했다. 두 사람은 한림생약연구회에서 처음 만나 4년 이상 동고동락한 사이다.

분업 이후 살림살이가 어떠십니까? 이 질문에 흔쾌히 ‘예스’라고 답할 개국약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잇따른 경기불황으로 호주머니마저 휘청한데다 처방전에만 매달려 살아야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약사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현실이다.

그러나 최영실 약사는 달랐다. 아마도 최 약사의 경우는 약국이전이나 리모델링같은 하드웨어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도 분업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매출구조를 업그레이드한 보기 드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최 약사의 탁월한 도전정신이 주효한탓이리라.

“처음에는 말도 못 하게 어려웠죠. 주변에 일곱 개나 되는 약국들이 모조리 병원 근처로
이전해버렸을 정도니까요. 심지어 이웃에 23년된 약국마저 미련없이 동네를 버리더군요.”
85년 개업한 최 약사의 약국은 반경 5백m 안에 의원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분업 시대에 역행하는 최악의 환경에 자리하고 있다. 하루 처방전은 많아야 1~2건. 워낙 고지대라 인근 거주자가 아니면 찾아오기도 어려운 완벽한 주택가의 동네약국이다.

소외감과 실망감이 극에 달한 최 약사는 막연히 돌파구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이 강의 저 강의를 순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림생약연구회와 윤영배 회장을 만나게 됐다. 조문에만 얽매여 형식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기존의 한방강의에 비해 옛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줄 아는 ‘溫故而知新’의 이론은 최 약사에게는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최 약사는 윤 회장의 영향을 받아 과립제를 약국경영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설사, 위장병, 감기 등 흔히 발병하는 질병들을 간단히 해결해주니 환자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소위 ‘자장면 처방’이다. 이 자장면 처방으로 최 약사는 아사 직전에 놓인 약국을 되살려냈다.

“덕분에 분업 이전보다 매출이 놀랄 만큼 늘었죠. 전보다 환자 상담도 한층 여유롭게 할
수 있고 공부할 시간도 넉넉해 좋습니다. 처방환자요? 많이 안 올수록 고맙죠....(웃음)”

최 약사는 일반약 하나라도 가능한 자기 것을 팔려고 노력한다. 자기 약이란 스스로 임상을 실시하여 나름대로 효과를 검증한 제품들을 말한다. 이를 위해 밥보다 과립제를 더 많이 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 약사의 달력엔 일주일에 무려 4회의 강의 스케줄이 잡혀있다.

“저희처럼 한약 비중이 70% 이상인 약국이 아직도 많은데 6년제 논의에서 한약 분야는 너
무 소외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과립제는 잘만 활용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죠. 젊은 약사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