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림동 이레약국 김재훈 약사(충북대 약대(5회)ㆍ63세)는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1968년 고향인 충북 충주시 엄정면에서 개업해 1997년까지 30년 동안 고향을 지키다가 서울로 올라와 약국을 개업한 지 7년째 접어든 것.

김 약사는 “이러다 영영 세상에 뒤쳐지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에 익숙한 곳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에 올라온 때는 IMF 외환위기가 닥친 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어려워진 경기로 너도나도 경영 돌파구를 찾던 그 시절, 김 약사는 평소 관심을 두던 생약에 주목하고 생약 관련 강의 현장 이곳저곳 문을 두드렸다.

김 약사가 마지막으로 ‘이 곳이다’는 생각에 정착한 곳은 한림생약연구회.

다른 강의들이 탕제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생약연구회에서는 탕제를 구성하는 성분 하나하나를 연구하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데 매력을 느낀 것.

김 약사는 매주 월ㆍ화요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3ㆍ4주 일요일 등 한달에 모두 10회 열리는 연구회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맞춤별 과립제가 이레약국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낯선 서울에서, 또 의약분업 실시로 주변에 있던 약국 7곳이 자리를 옮기거나 문을 닫는 와중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도를 걸으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김 약사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레약국에 들어서면 그리 크지 않은 약국임에도 일반의약품이든 전문의약품이든 하나둘씩이라도 모든 제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재고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김 약사가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의약품을 조금씩이라도 갖추고 있는 것은 한번 찾은 고객이 제품이 없어 되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신뢰를 쌓는 데는 한방 공부도 큰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감기나 배탈로 약국을 많이 찾기 마련인데, 김 약사가 권한 과립제를 복용하고 나은 손님들이 단골이 된 것.

김 약사는 “젊은 약사들이 안된다고 체념하거나 현실에 눌러앉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며 “사명감을 갖고 정도를 걸으면서 자기 계발에 힘쓰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